“소주 1병 8000원 부담… 외식 대신 ‘사무실 송년회’ 해요”

■ 고금리·고물가에 연말에도 얼어붙은 지갑

외식품목 소비자물가 일제 상승
삼겹살 2.4%↑·맥주 5.0%↑

‘내수 빙하기’에 자영업자 고통
“작년말 대비 손님 3분의 1 감소
그마저 안올까 가격 더 못 올려”

“지난해만 해도 직원 몇 명과 저녁 식사를 하면, 지출 비용이 보통 20만 원을 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올해는 저렴하다 싶은 메뉴를 골라도 3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경기 화성시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임모(40) 씨는 업무나 친목 관계로 회식이 잦은 편이다. 하지만 음식값이 크게 오른 탓에 모임을 하기가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임 씨는 “소주 한 병이 7000∼8000원에 달하는 경우도 흔해 ‘서민의 술’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며 “가뜩이나 경영도 어려운데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올 연말에는 가급적 모임을 자제하거나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년 모임 대목인 연말이지만 고금리·고물가 등 여파로 인해 민간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한 기업들이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서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도 지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다.

14일 문화일보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 기준 국내에서 흔히 소비되는 주요 외식 품목들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물가 움직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지수화한 지표로, 기준이 되는 때(2020년 연평균)를 100으로 놓고 비교 시점의 물가 수준이 얼마나 되는가를 상대적인 크기로 표시한 것이다. 예컨대 특정 시점 물가지수가 120이라면 이는 기준 시점보다 물가 수준이 20% 높은 것을 의미한다.

주요 외식품목 중 지난달 삼겹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2로 전년 동월(115.24) 대비 2.4% 올랐다. 소고기와 생선회도 각각 4.3%(114.78→119.69), 3.6%(119.85→124.14)씩 증가했다. 소주는 110.69에서 115.89로 4.7%, 맥주도 110.77에서 116.28로 5.0% 높아졌다. 이렇게 되자 많은 이가 예년보다 지갑을 꽁꽁 닫는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의 직장인 박모(43) 씨는 “치킨이나 자장면 등 서민들이 흔히 즐기는 외식 품목부터 아이 학원비, 의료비, 이발비 등 물가가 안 오른 영역이 없다”며 “가뜩이나 은행 대출 이자 부담도 커 외식비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도 ‘내수 빙하기’가 장기화할 조짐이 뚜렷해지자 좌불안석이다. 여의동에서 해산물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여·75) 씨는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가게 안이 항상 손님들로 붐볐는데, 올해는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며 “손님이 없을 때는 저녁에 한두 테이블에 그칠 정도인데, 있는 손님마저 줄까봐 경영 부담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