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어도 안심소득 자격은 유지… 근로의욕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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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새 복지실험 ‘성과’

소득기준 넘으면 지원 안받지만
덜벌면 별도절차없이 자동지원
취약계층서 탈출하는 지렛대로
사각지대 해소 등 안전망 구축

국내 첫 소득보장 정책실험인 안심소득의 탈수급 비율이 1차 중간조사 결과, 올해 11월 기준 4.8%로 현행 복지제도보다 높게 나타난 건 수급자의 소득이 기준치를 넘어서도 자격이 유지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기준치를 넘으면 지급되지 않지만 자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 반대로 다시 소득이 기준치를 밑돌면 자동으로 지원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넘어서면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선정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더 많이 일할 기회가 있어도 망설인다는 게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탈피율(기준 중위소득 30% 초과)은 지난해 0.07%, 주거급여 탈피율(기준 중위소득 47% 초과)은 0.83%에 불과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안심소득은 소득이 낮을수록 많이 지원받는 하후상박 구조”라며 “현행 복지제도와는 달리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다”고 말한 이유다. 이번 중간조사 결과는 지난해 7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대상으로 선정한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 484가구 중 현재까지 참여하는 477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시범사업 선정 기준이던 기준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도 56가구(11.7%)로 나타났다.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가 각종 복지제도에 활용되는 급여의 기준 등에 활용하기 위해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위 값을 말한다.

안심소득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음(陰)의 소득세’, 즉 국가가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걷는 대신 반대로 생계 수준 미달 금액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지급하자는 원리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인 동시에 재산이 3억2600만 원 이하인 가구에 기준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기준 중위소득이 1만 원이고 소득이 5000원이라면 차액의 절반인 2500원을 안심소득으로 지급, 수급자는 총 7500원을 갖게 된다.

안심소득은 또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 분절적인 현행 복지제도에서 파생되는 ‘사각지대’ 문제를 극복해 더 폭넓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없음에도 생계급여 대상이 되지 못한 ‘송파 세모녀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결과는 안심소득 지급 중 진행하는 반기별 중간조사 총 5회 중 첫 번째에 불과하다. 보다 신뢰도 높은 결과 도출을 위해서는 시범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분석 기간도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시는 2027년 6월까지 5년간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평가를 진행한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