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찾아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전주 노송동 얼굴없는천사 27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올해도 8000여만 원의 성금을 놓고 갔다. 전주시청 제공

전주=박팔령 기자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3분 쯤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인근에 성금을 가져다 놓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 왔다.

주민센터는 현장에서 8006만 3980원의 현금과 돼지저금통, 편지가 든 종이상자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주민센터는 성금 액수 등을 확인해 곧 공개할 예정이다.

이로써 2000년 시작된 천사의 선행은 올해까지 24년째 이어지게 됐다.

누적 성금액은 9억 6479만 7670원이다.

전주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그의 자녀로 보이는 한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매년 성탄절 전후만 되면 이곳 화단 등에 성금을 몰래 놓고 유유히 사라질 뿐 신분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2019년 이맘땐 천사가 주민센터 화단에 놓고 간 성금을 도난당해 경찰 수사로 되찾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그의 선행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센터는 그동안 그가 보낸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소년소녀가장과 홀로 노인, 저소득층 등 6500여 세대에 현금과 쌀, 연탄 등을 지원하고 저소득가정 자녀 20여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해도 답지한 성금을 이런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얼굴 없는 천사비’(2009년)를 세우기도 했다.

주민들도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나눔행사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제1회 HD현대아너상 대상과 1%나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HD현대아너상’은 HD현대1%나눔재단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 영웅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올해 새롭게 제정한 상이다. 상은 ‘얼굴 없는 천사’를 대신해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