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정권 검찰 44개월 수사에도 김건희 형사처분 못해

文때 집중수사에도 혐의 못찾아
尹땐 ‘봐주기’ 우려에 결론 못내

‘김건희 특검법’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두 정부를 거쳐 3년 8개월째 수사가 진행됐지만, 검찰에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처음 수사했던 문재인 정부 검찰은 뚜렷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불기소할 경우 ‘봐주기’라는 비판이 커질 것이 우려돼 사건을 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2020년 4월 당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같은 해 11월 대기업 수사 등을 전담하는 반부패수사2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고발 19개월 만인 2021년 12월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이모 씨 등을 구속 기소했지만, 김 여사는 기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여사를 한 차례 서면 조사했다. 당시 수사팀은 주가조작 가담 증거 부족으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지만, 중앙지검 지휘부가 이 같은 결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로 바뀐 뒤 올해 3월 검찰은 김 여사가 고발된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2월 나온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에서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의 명의 계좌 1개가 사용된 사실이 나왔기 때문에 소환도 없이 무혐의 처리할 경우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주가조작 계좌가 동원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야권에서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무혐의 처리가 더 어려워지게 됐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권 전 회장 1심 판결에서 김 여사가 무관하다는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며 “검찰은 권 전 회장 항소심까지 결과를 보고 향후 수사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선형·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