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샤워실 갇힌 치매 노인, 창문으로 탈출하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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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요양원 과실”…요양원장과 보호사에게 각 벌금 500만원

문이 잠긴 샤워실에 갇혀 있던 치매 환자가 창문으로 탈출하다 사망하자, 해당 사건이 발생한 요양원의 원장과 보호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요양원 실수로 샤워실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문을 잠근 게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7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형사3단독 김경찬 판사는 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요양원장 50대 A 씨와 보호사 70대 B 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 2021년 6월 5일 오전 충북 보은군의 한 요양원에서 치매 요양 중이던 70대 환자 C 씨가 2층 샤워실 창문 밖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

수사 결과 요양원은 사고 방지 차원에서 평소에 샤워실 문을 잠그도록 했지만, 직원들이 자물쇠를 매번 채우는 일을 번거로워해 원장 A씨가 경첩 고리에 자물쇠를 걸어만 놓도록 지시했다. 사고 당일 C 씨는 채워지지 않은 자물쇠를 치우고 샤워실에 들어갔는데, B 씨가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다시 자물쇠를 걸어 갇히게 된 것이다. 이후 샤워실에 갇힌 C 씨가 1ｍ40㎝ 높이에 있는 창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장 A 씨와 보호사 B 씨는 출입문을 잠근 것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상적인 인지와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의 치매 환자가 자물쇠를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가거나 문이 잠겼을 때 창문 밖 탈출을 시도하는 일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원장 A씨가 출입문 관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과 보호사 B씨가 내부를 확인하지 않고 문을 잠근 사실은 피해자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이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고, 유족도 선처를 탄원하는 점은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

이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