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일본선 의사면허 따도 수련 안하면 ‘독자진료’ 불가 [유명무실 전문의 제도-상]

■유명무실 전문의 제도-상

의료선진국 진료요건 규정 높아
1~2년 종합병원 임상 연수 필수

한국과 달리 미국과 일본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의사 면허를 따도 수련 경험이 없으면 독자적인 진료를 하지 못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만 따면 바로 환자를 독립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 반면 대다수 의료 선진국은 의료 안정성과 환자 보호, 우수한 의사 육성 등을 감안해 독립 진료 요건을 강도 높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상급 의료인의 지도나 감독 없이 독자적인 진료 자격을 부여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임상 수련을 마쳐야 환자를 진료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의사 면허를 따도 2년간 종합병원에서 임상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기조실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전공의를 교육생으로 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임금을 주고, 수련 교수에게도 국가가 수당을 지급한다”며 “국내에서는 전공의가 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받다 보니 수련 과정을 선택하는 의대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면허를 갖고 있으면 어떤 시술을 해도 된다는 맹점을 파고드는 일반의도 늘고 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일반의들이 전문의처럼 착각할 수 있는 간판을 만드는 불법·편법 행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피부과 전문의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설한 곳만 ‘홍길동 피부과 의원’ ‘홍길동 성형외과 의원’이란 간판을 올릴 수 있다.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전문의를 따지 않은 일반의는 ‘홍길동 의원(클리닉) 진료과목 피부과’로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진료과목 표기를 빼거나 눈에 띄지 않게 간판을 만드는 불법·편법 행위로 환자가 전문의 취득 여부를 오인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일반의 의원도 상당하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