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직역 합법화로 의사부족 해결하자”[유명무실 전문의 제도]

■ 유명무실 전문의 제도 (하)

전국 1만명… 수술 필수인력

의대 정원을 늘려도 단기간에 의사 수가 늘어나기 어려운 만큼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 양성화’로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PA는 수술장 등 의료현장에서 부족한 의사를 대신해 의사 업무를 일부 맡고 있지만 불법의 영역에 놓여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의료법에는 PA에 대한 규정은 없다. PA는 기피과로 불리는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에서 전공의가 줄어들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술 도구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수술장에서 PA는 전공의가 하는 수술 보조 역할을 맡고 있다. PA는 진단서 작성, 후처리 시술 등 전공의가 하던 일을 대신 하고 있어 이미 명백하게 존재하는 직역이다. 서울대병원 등 일부 국립대병원에서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 PA를 운영하고 있다. PA는 전국에 1만 명가량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에선 별도 독립직역으로 선발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는 국내는 주로 수술방 간호사 등이 대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국립대병원 16곳에서만 PA가 1259명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9년 895명에 비해 26% 늘어난 수치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발표한 ‘의대정원,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PA는 서울아산병원(387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충남대병원(284명), 이화의료원(249명), 경상국립대병원(235명), 아주대의료원(137명), 영남대의료원(125명), 전북대병원(114명), 원주연세의료원(111명) 등 순이다.

전문가들은 PA가 필수의료과에서 반드시 필요한 직역이 된 만큼 의료 현장 현실을 인정하고, 양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사처럼 지시 권한을 가진 PA를 2~3년간 임상수련을 거쳐 필수의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외국에선 PA가 별도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을 거쳐 합법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