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2년… 처벌만 세지고 산재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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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헌 논란 속 실효성도 의문

작년 위반 12건 모두 유죄 선고
사망 아닌 직업병도 ‘중대재해’

2021년 12.2만→2022년 13만
시행 후 재해자 수는 되레 증가

시행 2년이 된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기소가 된 12건의 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며 엄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도 위헌 주장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줄지 않는 등 실효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1심 재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예고했다. 정 회장 측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기업 책임자’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이미 한 차례 신청된 적이 있다. 유독 물질 관리 소홀로 작업자들을 독성 간염에 걸리게 한 혐의로 기소돼 창원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은 두성산업 대표 A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에 위헌 요소가 없다고 판단하고 신청을 기각했다. 법 제정 단계부터 나왔던 중대재해처벌법 위헌성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또 A 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망 사고가 아닌 직업병 발생에 대해서도 중대재해로 판단한 첫 사건이었다.

법원은 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영자들에 대한 엄벌 기조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12건에서 전부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 이상의 형을 내렸다. 특히 경영계 반발이 컸던 ‘경영 책임자의 고의성 인정 여부’와 ‘위반행위와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해 경영자 측에 불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8월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륭건설 대표 B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컨설팅업체에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을 의뢰했으나 해당 업체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것을 두고 사고를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위헌적 요소가 없고 사고 발생 시 경영자의 책임도 폭넓게 보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한 로펌의 변호사는 “헌법소원 등이 제기됐을 때 헌법재판소가 법원과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은 있다”며 “법이 급하게 만들어지면서 촘촘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법원의 이 같은 엄벌 기조에도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줄고 있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에 12만2713명이었던 재해자 수는 2022년에 13만348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9월 기준 재해자 수는 10만1538명으로 집계돼 시행 초기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웅·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