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5조 대책으로도 설득 못하고… 묘수 없이 ‘읍소전략’

■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D-3

법안 유예 안되면 대책반 운영
처벌 못 막고 사전예방 치중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추가 유예 개정안과 관련해 관계부처 장관들이 한데 모여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법 시행이 현실화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한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해 환경안전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중처법 시행 후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선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숙련·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영세 사업장에선 채용인력을 5명 미만으로 줄이거나 아예 폐업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갖고 “아직도 어떻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83만7000개의 기업에 준비할 기회를 주시기를 머리 숙여 부탁드린다”며 거듭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이 장관은 “지금 이 순간, 영세 자영업자인 동네 개인사업주나, 소액 건설현장에서 대기업도 어려워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인력이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 대책반이 운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계가 커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막을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현장에서는 영세·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가 생산부터 기획·영업·안전관리까지 모든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로 대표이사가 처벌을 받을 경우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후에 계도기간을 두고 처벌을 피하게 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계도기간으로 법을 피하게 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상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현장 안전관리역량 확충 및 작업환경 안전개선 지원 등을 실시키로 했다. 또 위험성 평가 지원 등을 위한 컨설팅 확대 등 산업 현장 안전보건관리역량 확충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현장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철순·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