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네탓 공방만… ‘중기 절규’ 귀닫은 채 법안처리 대치

■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D-3

국힘 “조건 논의했지만 마이동풍”
민주 “산업안전보건청 설치해야”

여야는 24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 처리 문제를 두고 팽팽하게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들의 경영 악화 등 여건을 고려해 신속한 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조건을 제시하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오는 27일 법 적용 유예 시한만료를 앞두고 25일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 속에 여야의 극한 정쟁으로 민생 법안 처리는 사실상 외면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이날 오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현장에서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폐업하겠다고 하는 50인 미만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는 등의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입법적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건 국회의 기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제시한 조건들을 최선을 다해 조치할 건 조치하고, 이해를 구할 건 구했지만 ‘마이동풍’(남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음)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을 설치하고, 정부가 산업재해예방에 1조2000억 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를 최대 2조 원가량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예방, 처벌 문제는 노동계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데 산안청 설치에 합의하지 않으면 설득이 힘들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전까지 법안 상정, 처리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사위 상정 자체가 사실상 물 건너갔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안으로, 오는 27일부터는 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으로 확대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법 적용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5개월 째 법사위에 계류돼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구체적 재해예방 준비 계획 및 예산 지원 방안 발표, 2년 유예 후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공개 약속 등을 법안 협상의 3대 조건으로 제시했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며 협상을 진행해 왔다.

최지영·나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