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 움직임에… 정부 ‘업무개시명령’ 예고

‘진료 거부’ 간주해 강력 대응

명령땐 다음날 자정까지 복귀
위반땐 의사면허 취소될 수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료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내세우며 2020년 ‘의대 증원 백지화’와 같은 정책 후퇴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은 국민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의료법에 저촉되는 ‘진료 거부’로 규정한 만큼 ‘강대강’ 국면에서 다수의 의사 면허 취소 사례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정부·의료계 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 진료 거부에 나설 경우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시작으로 본격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휴업하거나 폐업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별로 담당자를 배정해 현장 점검에 나서며, 업무개시명령을 미이행할 경우 당사자를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초반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건은 전공의들의 동참 규모다. 정부도 전공의들의 움직임을 이번 사태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들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 이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대전협이 지난 5일 수련병원 140여 곳, 전공의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단체 행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88.2%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전공의들이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대거 동참하면서 불씨가 커졌다. 정부는 일단 2020년 일부 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대응했던 선례를 막기 위해 각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서를 내리면 대상자는 다음 날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과 함께 최대 10년까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의료계 집단행동 때는 정부가 의협과의 합의를 통해 고발 조치했던 전공의·전임의들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이번 사태가 커질 경우 정부 내에서 ‘무관용’ 원칙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