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ESG 공시기준 이르면 내달 공개한다

금융위 “산업구조 충분히 반영”

국제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정부가 국내 상장기업들에 적용될 ESG 공시 기준 초안을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대한 해외 국가들이 시행하는 ESG 공시와 일관되게 틀을 마련하되, 제조업 비중이 많은 국내 산업 특성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영(사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ESG 공시 기준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유럽연합(EU), 미국과 같은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응,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기업의 ESG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라면서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국내 상장기업들에 적용될 ESG 공시 제도를 2026년 이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논의를 거쳐 국내 ESG 공시 기준 공개 초안을 오는 3~4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추가로 기준 정립을 진행한다. 공시에 따른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거래소 공시로 ESG 공시 제도를 추진하고, 도입 초기엔 제재 수준도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공시 기준은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부터 우선 검토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글로벌 정합성을 갖춘 ESG 공시 기준을 제정해 기업의 이중공시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유럽, 미국 등 국제적 ESG 공시 기준과 상호운용 가능한 글로벌 공시 기준을 기반으로 국내 공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 탄소 감축이 쉽지 않은 구조적 특수성이 있는 점 등 국내 산업구조와 기업의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면서 기업 등 현장의 목소리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