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희망에서 부진 원흉으로… 고개숙인 한·일 에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페인 마요르카 시절 이강인(오른쪽)과 구보 다케후사. 이강인 SNS

2001년생 동갑내기 절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고개를 숙였다. 한국과 일본의 에이스인 둘은 아시안컵 우승 희망으로 꼽혔으나 실제로는 부진의 원흉이 됐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통계전문업체 옵타의 슈퍼 컴퓨터 예측에서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14.3%로 전체 2위, 일본은 24.8%로 1위였다. 하지만 한국은 4강에서 요르단, 일본은 8강에서 이란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두 국가의 부진은 서아시아 지역 국가의 강세로 이어졌다. 결국 9.8%로 우승 가능성 6위에 머물렀던 카타르가 요르단을 누르고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과 일본의 기대 이사의 성적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된다. 하지만 팀 내 분위기가 흔들리면서 ‘원 팀’으로 뭉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것으로 꼽힌다. 한국은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충돌, 일본은 구보의 대표팀 무시 발언으로 흔들렸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내부에서 균열이 생긴 한국과 일본은 결국 토너먼트에서 덜미를 잡혔다.

이강인은 특히 요르단과 4강전 전날 저녁 손흥민과 분쟁을 일으켰다. 손흥민이 식사 시간 동료들과 소란스럽게 탁구를 즐긴 이강인에게 주의를 줬는데, 이 과정에서 언쟁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강인이 주장이자 베테랑인 손흥민의 권위를 흔들어 팀의 분열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4강전에 선발 출전, 공격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한국은 이날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하며 요르단에 0-2, 사상 처음으로 패했다.

구보는 대표팀보다 소속팀을 중시하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는 아시안컵 차출을 앞두고 “시즌 중 아시안컵이 열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곳은 레알 소시에다드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강제 차출 대회이기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본 팬들은 구보의 발언이 대표팀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구보는 소속팀에서 올 시즌 뛰어난 모습을 보였으나, 비난 여론 탓인지 일본 유니폼을 입은 후엔 1득점과 1도움에 머물렀다.

2001년생 동갑내기인 이강인과 구보는 스페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우정을 쌓았고, 성인 무대에 발을 내디딘 이후 마요르카(스페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이 됐다. 평소 서로 응원을 주고받던 이강인과 구보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결승전 대결을 약속했으나, 둘 다 대표팀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짐을 꾸려야 했다.

허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