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도 함께 타는… 서울 첫 모노레일의 ‘다정한 복지’[기고]

■ 기고 -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서울시 최초의 모노레일이 중구 동화동에 등장했다. 놀이동산에나 등장할 법한 모노레일이 아파트단지에서 첫 탑승객을 태우고 언덕 위를 오르는 순간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민들의 숙원이 이뤄지던 순간이었다.

대현산 배수지공원은 산책하기 좋은 녹지대가 있어 주민들이 애용하는 곳이지만, 공원으로 가려면 110m 길이의 급경사 계단을 오르거나 770m를 돌아가야 했다. 중구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찾던 중, 모노레일 도입을 결정했다. 지형의 특성과 주민들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이동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모노레일은 개통 직후부터 만석 행진이다. 휠체어와 유모차 탑승이 가능해 노약자와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개통 첫날 휠체어를 타고 나온 한 어르신은 “몇 년째 집 안에서만 생활했는데 공원에 오니 정말 기분이 상쾌하다”고 했다. 모노레일은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사업’ 예산을 받아 설치했는데 약자를 위해 값지게 쓰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중구청장으로 지난 1년 반 구정을 운영해 보니 비단 저소득층만 ‘소외’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현산 배수지공원의 소외계층은 보행 약자였다. 모노레일은 이들을 위한 튼튼한 ‘무릎’이 되어주고 있다. 이처럼 다정하고 세심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먼저 주민들을 잘 알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특성을 파악할 땐 인구통계 자료 등을 날카롭게 분석해 활용하고 이를 실현할 때는 주민 눈높이에 맞게 다정하게 다가갈 때 정책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회현동 주민센터에서는 ‘부모야 응원해!’ 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회현동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아이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동네 11곳 중 한 곳이다. 초·중·고교가 단 한 개도 없고, 인구 5000명도 되지 않는 회현동의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소외계층이라 할 수 있다. 이곳 학부모들을 초대해 지역의 재능기부와 후원을 받아 네일아트와 꽃을 선물하고 “그동안 힘들었죠?”라고 말을 걸자, 참석자들은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며 ‘엄지척’을 날렸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구는 지역구성원에 대한 통계를 다시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합리적인 정책의 근간은 정확한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인구 12만. 서울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사는 중구도 동별로 특성이 다 다르다. 70세 이상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은 지역,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학생 비율이 높은 곳엔 다 다른 욕구가 존재한다. 이를 무시하고 모든 지역에 획일적인 복지 정책을 적용한다면 또 다른 소외계층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분석을 기반으로 한 다정한 실행’이야말로 저출산·고령화 시대, 공공이 승차해야 할 가장 견고한 ‘모노레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