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 이후 20년… 日여성들 ‘판타지’가 된 韓연하남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6 09:14
  • 업데이트 2024-02-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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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TBS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아이 러브 유’에서 연상녀 모토미야 유리(왼쪽)와 한국인 유학생 유태오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애틋한 마음을 키워간다. 20년 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중년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듯, 유태오는 일본 여성들이 바라보는 한국인 남성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는 캐릭터다.



■ 일드 ‘아이 러브 유’ 인기

日넷플릭스 TV부문 선두권
마음의 소리 듣는 일본 여성
어린 한국인 유학생과 ‘밀당’

한국음식 배달·한국어 대사
드라마 곳곳에 K-컬처 가득
1020 여성들 마음 사로잡아


2004년은 한류를 분석할 때 유의미한 해다. 당시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NHK에서 방송돼 한류 열풍에 불을 댕겼다. 그리고 20주년이 되는 해인 2024년,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품이 일본 TBS에서 방송되고 있다. 한국 배우 채종협이 주인공을 맡은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다. 프라임 타임에 처음으로 한국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는 지난달 23일 첫 방송 후 5∼6% 안정된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일본 넷플릭스에서도 TV부문 흥행 1∼2위를 기록 중이다. 20년의 간극을 두고 있지만, 두 작품 모두 일본 여성이 바라보는 한국 남성에 대한 판타지를 극대화했다는 공통분모를 품고 있다.

‘아이 러브 유’는 상대방 마음의 소리를 듣는 능력을 가진 일본 여성 모토미야 유리(니카이도 후미 분)가 한국인 윤태오(채종협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유학생인 태오는 평소 일본어로 대화하지만, 마음의 소리는 한국어다. 한국어를 알지 못하는 유리는 윤태오의 마음을 알지 못해 애를 태운다. 그리고 태오의 한국어 대사에 대한 일본어 자막 표기는 없다. ‘아이 러브 유’를 시청하는 여성 시청자들 역시 유리와 같은 심경으로 이 작품을 대하길 바라는 영리한 선택이다.

5회를 보면, 유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누나’라고 마음속에서 중얼거리는 태오의 소리를 듣는다. ‘누나’라는 뜻을 모르는 유리는 이를 검색해본 후 또 고민에 빠진다. 한국에서 남자들이 평소 친한 연상의 여성을 편하게 ‘누나’라 부르며 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1회에서는 넘어질 뻔한 유리를 붙잡은 태오가 유리를 바라보며 “이 눈 신비로워.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라고 되뇐다.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의 뻔한 흐름이지만, 이질적인 두 언어를 매개로 한 두 사람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한때 한국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연상녀-연하남 구도까지 한데 섞으며 일본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는 현실 속 한국 남성상과는 괴리가 있지만, ‘겨울연가’ 때 일본 중년 여성들이 다정한 한국 남성상에 대한 판타지를 경험했듯, 요즘은 K-팝에 심취한 일본 MZ 여성팬들이 한국 남성에 대한 동경의 시선을 보내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 러브 유’는 태오라는 인물 한 명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일본 젊은 세대의 소비 욕구를 반영한다. 태오는 한국 음식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유리는 배달 음식에 쪽지를 써서 붙여놓는 태오의 새심한 모습에 반한다. 유리는 친구와 함께 ‘막걸리’ 등의 한글 메뉴판이 붙은 음식점에서 라볶이를 즐기거나 비빔밥을 시켜먹는 등 ‘아이 러브 유’에는 한국 음식과 한글이 자주 노출된다.

지난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3년 우편여론조사에서 “한국이 좋다”는 일본인 응답자가 37%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상승했고,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가 드러난다고 보도했다. 여성 응답자 중 41%가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10∼20대의 비율은 50%가 넘었다. 이 신문은 “이는 K-팝, 한국 화장품 소비층과 겹친다. 한류의 영향이 ‘좋다’는 답변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즉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시켰고, 이런 분위기가 특정 드라마 속 한국 남성상에 대한 판타지로 발현되는 셈이다. 도키요시 다츠야 산케이신문 특파원은 “모든 한국 남성이 자상하진 않다는 것은 일본 팬들도 알고 있다. 일례로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도 그런 남성성과는 거리가 있었다”면서 “그보다는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드라마 소비뿐 아니라 드라마 시청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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