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부산 바다 지킨 ‘3001함’, 퇴역후 에콰도르서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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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첫 3000t급 경비·구난함
범인 압송·화재 진압 등 맹활약
6개월간 정비후 에콰도르 양여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해양경찰 최초의 3000t급 경비·구난함인 ‘3001함(사진)’이 지난 30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다. 3001함은 선상 반란 사건인 ‘페스카마호 사건’의 범인을 압송하는 등 해난사(海難史)에 큰 이력을 남긴 함정으로 퇴역 이후 에콰도르에 무상으로 넘겨져 국제 공조 수사 등에 투입된다.

부산해양경찰서는 6일 오후 해경 최초의 3000t급 함정인 3001함의 퇴역식을 한다고 밝혔다. 3001함은 1993년 9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됐는데, 이듬해 3월 ‘태평양 1호’로 명명돼 부산해경에 배속됐다. 이 배는 그간 지구 둘레 1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항해하며 맹활약했다. 1996년 8월 온두라스 선적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에서 선원 반란이 일어나 11명이 살해된 사건이 난 뒤 출항해 범인을 국내 압송한 것이 대표적이다. 3001함은 2005년 부산 기장군 대변항 바다에서 조업하던 ‘신풍호’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침범해 나포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투입됐다. 당시 신풍호를 사이에 두고 일본 순시선 7척과 3001함 등 국내 경비정 6척이 대치한 끝에 우리 선원 9명을 모두 구조했다. 3001함은 2019년 울산 염포부두 내 석유제품 운반선 화재 발생 시 동원돼 쉽게 잡히지 않던 불길을 소화포로 완전히 잠재운 공을 세우기도 했다.

3001함은 오는 11일 운항을 정지하고 내달 초 수리 조선소에서 6개월간 정비를 한 뒤 올해 말 에콰도르에 양여된다. 해경은 2020년 에콰도르에 퇴역한 함정 2척을 처음 무상 제공했는데 당시 에콰도르 당국이 갈라파고스섬 주변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 퇴치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것이 계기다. 같은 해 3월 해양경비법이 개정되면서 용도 폐기된 함정을 개발도상국에 무상 양여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해경 퇴역 함정으로서 역대 2번째로 에콰도르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 3001함은 향후 남미 국가와 수사 공조에 활용될 예정이다. 김형민 부산해경서장은 “해경의 자랑인 3001함이 타국에서도 활약하길 기대한다”며 “그 빈자리는 오는 5월 최신예 경비함이 채우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