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이 이끈 생산 증가, 한계 뚜렷하다[포럼]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통계청이 한 달의 간격을 두고 조사한 지난 1월의 산업 생산과 소비 동향을 지난 4일 발표했다. 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0.4% 증가했는데, 지난해 11월 0.3%, 12월 0.4%를 포함해 3개월 연속 상승이다. 부문별로는 제조업과 광공업에서 1.3% 줄었으나, 건설업에서 12.4%와 서비스업에서 0.1% 늘어 종합 성적은 0.4% 증가로 집계됐다.

제조업과 광공업 중에서 반도체는 8.6%, 기계장비는 11.2%의 감소로 나타났다. 이 중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에 급격히 늘린 생산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통신과 방송장비는 46.8%의 획기적인 증가를 달성했는데, 이는 1월에 생산을 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 S24의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제조업 28개 업종 중에서 20개 업종에서 생산이 증가하고 수출도 회복세를 보인 것은 희망적이다. 지난해 12월 2.3%의 증가세로 돌아섰던 설비투자는 1월에는 5.6% 감소로 다시 주저앉았다.

지난 1월의 산업생산지수 증가는 건설기성(공사 진척도)에서 건축 12.3%, 토목 12.8%의 호실적이 견인한 것이다. 이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그러나 건설기성의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53.6% 감소해 13년3개월 만에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와 공사 현장의 자재비 및 인건비 급등 같은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도급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자금력이 약한 시공사들이 입찰을 포기하거나 공사비 대폭 인상을 요구해 수주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가 늘었다. 건설 수주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건설사 경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아파트 재건축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고 업계의 시공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은 생산·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근래에 숙련된 노동력이 부족하고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중소업체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업체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치솟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는 중소 건설사가 좋은 조건으로 안정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지원 체제를 확립하고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로 보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MZ세대가 자부심을 가지고 건설업에 취업해 기술을 쌓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건설업의 낮은 생산성은 디지털화를 통해 향상시키고 스마트 건설 활성화에 정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산업 생산을 늘리려면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사업과 관련된 소득·법인세와 증여·상속세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기업가의 소득이 재투자되는 동안에는 소득세 과세를 이연하고 투자 지분을 매각하는 시점에 이연된 세금을 징수하는 쪽으로 소득세와 자본이득세를 조정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사업자금을 증여받아 창업하는 경우 증여세를 과세이연하고 사업에 투입된 투자 지분을 매각하는 시점에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기업가의 투자 의욕과 근로자 기술력의 효율적 결합을 통해 산업 생산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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