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문화수련원 설립한 ‘유림의 큰 어른’[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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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16대종손 이근필 옹 별세

안동=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퇴계 이황(1501∼1570)의 16대 종손이자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설립자인 이근필 옹이 7일 별세했다. 93세.

고인은 국내 유림 사회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지난 2002년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설립하고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공경, 배려, 섬김, 청렴, 검소를 몸소 실천한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을 널리 공유했다. 개원 첫해 교육생이 200여 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 1만2000여 명, 2015년 7만3000여 명, 2022년 15만6000여 명, 지난해 18만3000여 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교육생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빈곤해진 현대사회에서 퇴계 선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고인은 2005년에는 각급 학교에서 남을 칭찬하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는 학생을 발굴해 상찬(賞讚)하는 ‘도산서원 허시회’, 2007년엔 퇴계학 스터디그룹 ‘도산서원 거경대학(居敬大學)’ 설립이사를 각각 맡으며 퇴계 선생의 선비문화 전파에 앞장서 왔다.

아울러 500여 년 서원 역사 중 처음으로 도산서원 향사에 여성 초헌관을 임명해 퇴계 선생을 모셨다. 고인은 ‘종손의 말이 곧 법’이라는 종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 문중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종손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또 문중운영위원회를 통해 집안 대소사를 결정하는 민주적 의결기구도 만들었다. 2014년엔 종가의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현대사회에 맞춰 오후 6시로 바꾸자고 건의해 이를 통과시켰다.

고인은 1958년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인천 제물포고교에서 3년간 한문을 가르치다 귀향 후 안동 온혜초교 교장을 역임했다. 유족은 이치억(17대 종손) 국립공주대 교수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경북 안동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1일. 장지는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