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 배상 타당” 평가… “자기책임원칙 훼손” 지적도

■ 전문가들이 본 ‘홍콩ELS 배상안’

은행들 “배임논란 가능성” 우려

전문가들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기준안과 관련해 “은행의 판매 관행에서 전반적으로 불완전판매 소지가 나타났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는 판매사에 과도한 책임을 지운 이번 사례가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사들은 기준안을 토대로 검토를 거쳐 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현장검사 결과 은행에서 팔린 ELS 대부분이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을 어겼거나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면 해당 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다”며 “이번 사태가 은행 영업점의 상품 판매에 있어 좀 더 정확하고 신중하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에 맡긴 돈은 안전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최대한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기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ELS 투자횟수 20회부터 배상비율 차감이 적용되는 데 대해서도 “만기가 6개월마다 돌아오는 상품인데 판매사에 불리하게 마련된 배상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전문가는 “배상기준안 내용과 별개로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로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도록 하고, 보전의 정도 또한 당국에서 기준을 정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손실 보전이 관행화되는 데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서는 배상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설정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나 사모펀드보다 보수적인 비율로 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대 배상비율이 큰 차이가 없다”며 “투자자책임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금융권이 비이자 이익을 위해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시도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DLF 사태 당시 최대 배상비율은 80%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배임 이슈가 있다”면서도 “당국에서 과징금을 얘기하고 있어 배상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