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처럼… 의사 늘리면 ‘지역의료 사각’ 개선 효과

■ 변호사수 변화로 본 ‘낙수효과’

부산지역 변호사 2.2배 증가 등
지방 법률서비스 접근장벽 낮춰

의사 늘면 수입 감소 우려하지만
시장 자체 커지면 상쇄효과 볼것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등을 계기로 10여 년간 변호사 수가 급증한 가운데 서울과 지방의 변호사 모두 2배 정도로 증가하면서 ‘지역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서비스가 개선되는 낙수 효과는 있었지만 수도권과 지방 격차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호사 시장의 변화가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 수 확대 방안에도 시사점이 있다고 언급한다. 의사 수가 크게 늘어나면 전체 의료시장 규모도 커지고, 지역으로 유입되는 의사도 증가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지역·필수 의료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 속 지방 선택하는 변호사도 증가 = 법률시장이 커지면서 지방에서 개업하는 변호사도 증가 추세다. 13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부산의 개업 변호사는 2014년 504명에서 지난 1월 기준 1125명으로 2.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전은 368명에서 778명, 대구는 437명에서 778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숫자가 많이 늘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법률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방 변호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형 로펌에 있다가 지방으로 옮겨갔다는 한 변호사는 “수입이 다소 줄었지만, 지방에 있으면 생활비나 임차료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등록 변호사는 2014년 1월 기준 1만500명, 지난 1월 2만2087명으로 증가했다. 10년간 전체 개업 변호사의 74∼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서울 쏠림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 전체적으로는 법률 서비스가 개선됐지만 소도시의 경우 여전히 법률 수요에 비해 변호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 수 늘면 의료 서비스도 확장” = 변호사 시장 규모는 2022년 8조 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법무법인과 개인변호사 부가가치세 신고액을 기준으로 한 2022년 법률시장 규모는 8조1861억 원으로 10년 전인 2012년 3조6096억 원에서 배를 넘겨 증가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수 증가로 로펌들이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법률시장 전체가 커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형 로펌의 경우 늘어난 변호사 인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신사업에도 진출했다. 의사들 사이에서 수가 많아지면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를 키우면 이 같은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수 인력이 계속 투입되면서 조세·인수합병에서 인사·노무 분야까지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했다”며 “법률시장은 전문가 공급 확대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변호사 수가 늘어나니까 그동안 소외됐던 법적 서비스 영역에도 변호사가 투입되기 시작했다”며 “의사 수가 증가하면 아직 의료 서비스가 채 미치지 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정선형·이현웅·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