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찾아온 아이처럼, 자연이 주는 ‘어여쁜 축복’[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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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아이 그린링

레비 핀폴드 글·그림│한정원 옮김│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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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작가 레비 핀폴드의 환상적인 그림책. 황폐한 들판에 길게 펼쳐진 기찻길. 발리콘 씨는 그 철길 아래에서 초록 아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그린링’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부인은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데려왔다고 화를 내고 아침까지 아이를 되돌려 주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밤사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수박과 호박 덩굴이 부엌 벽을 타고 올라가고 거실에서는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다. 집 안은 온통 꽃과 식물로 둘러싸인다. 텔레비전도, 자전거도, 전화기도 먹통이 되고 급기야 덩굴은 철길까지 뻗어가자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그린링을 쫓아내려 한다.

자신도 그린링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던 발리콘 부인.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모두가 작은 아이에게 소리치자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린링을 다정하게 맞아들여야 해요. 우리는 줄곧 이 아이의 땅에서 살아온 거라고요!”

그 말과 함께 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그린링이 일어나 오래된 주문을 외우자 마을엔 잘 익은 열매와 맛있는 채소가 넘쳐 난다. 그렇게 황폐했던 마을은 풍성한 여름을 보낸다. 여름 한철의 마법. 그것은 매우 경이롭지만 아주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자연과 생명의 축복 말이다. 발리콘 부인의 말처럼 이 땅에서 우리와 늘 함께 해왔기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마법이다. 그걸 우리가 새롭게 발견하고 알게 되는 순간, 온전히 경이로 다가와 우리 삶의 희망이 된다.

무엇보다 물감과 구아슈로 그려낸 그림이 환상적이다. 식물과 꽃과 열매로 세계는 찬란하다. 40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