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에너지’로 확장된 물의 가치[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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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

인류가 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것은 기원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에게 물레방아로 익숙한 수차(Water wheel)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널리 활용됐는데, 기본적으로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낙차(위치에너지)를 동력 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리다. 현대에 이르러 다목적·발전용 댐의 수력,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 등도 기본적으로 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7개 댐의 수력 발전소와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 조력발전소에서 4인 가족 약 100만 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발전(發電)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물의 낙차가 아닌 ‘온도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물은 비열(온도 1℃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대기나 땅보다 커서, 잘 데워지지 않고 반대로 잘 식지도 않는 특성이고 있다. 비열이 큰 물은, 여름에는 대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해서 물을 냉난방에 활용할 수 있고 이를 ‘수열에너지’라고 정의한다. 외국에선 우리보다 한발 앞서 수열에너지를 활용한다. 프랑스 파리는 1991년부터 센강 하천수를 활용해 시내 약 700곳의 건물에 냉방에너지를 공급해 약 35%의 냉방 전력을 절감한다. 또, 캐나다 토론토는 2004년부터 온타리오 호수의 심층수를 활용해 시내 약 100곳의 건물 냉방 전력 수요를 약 80% 줄인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롯데월드타워가 2014년부터 팔당댐의 물을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약 36% 아끼고 있다. 이외에도 수열에너지 활용 사례가 점차 늘고 있으나, 소규모 시범사업이 주류다. 그러다 최근 정부가 강원도 춘천에 국내 최초로 수열에너지 기반의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수열에너지를 대규모로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미래에는 데이터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 등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데이터센터 글로벌 시장은 매년 7.6%씩 커져 2032년에는 약 8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계속 가동되기 때문에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는 데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이런 냉방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건 데이터센터의 운영 비용 절감과 경쟁력 확보에 직결된다. 현재 약 150개인 국내 데이터센터가 2032년까지 약 1400개로 늘어나면 전력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 저감이 데이터센터의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긴요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일 열린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연평균 7℃를 유지하는 소양강 댐의 수심 40m 이하 심층수를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해 전력 소비를 최대 64% 줄이는 계획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 클러스터를 데이터산업의 성공 모델로 육성하고, 산업용 냉난방과 스마트팜 등 수열에너지의 활용처를 계속 발굴할 계획이다. 물이 에너지와 연계되는 사례는 더 있다.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분해, 생산할 수 있다. 댐 수면에 설치하는 수상 태양광도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발전 효율이 높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오늘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전통적인 물의 이수와 치수, 그리고 물의 자연생태계뿐만 아니라 물에너지를 통해 물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 관리로 국민 건강을 지키고, 수열에너지 등 물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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