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삼성E&A(60억7000만 달러)와 GS건설(12억2000만 달러)이 총 72억9000만 달러(약 9조8400억 원) 공사를 수주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아람코가 추진하는 가스 플랜트 증설 프로젝트 경쟁에서 일본 업체를 제쳤다. 해외건설 수주로는 역대 3위, 사우디 수주로는 최대다.
이번 대형 수주 성공은 국내 업체들이 축적한 지역·공사 경험과 혁신 기술 덕분이지만, 중동의 특성상 정상외교도 큰 힘이 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는 2022년 11월 방한해 주요 그룹 회장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빈 자격으로 사우디를 갔던 때는 왕세자가 윤 대통령 숙소를 깜짝 방문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기업의 기술력과 정상외교가 어우러진 ‘코리아 원팀’이 괄목할 성과를 거두는 선례를 남겼다.
건설업계엔 가뭄 속 단비 격이다. 고금리, 공사비 급증 등에 따른 부동산파이낸싱(PF) 부실, 국내 일감 부족 등으로 상위 100위권 건설사들마저 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연쇄 도산도 우려되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속에서 올 해외 수주액은 이번까지 127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었다. 특히 중동은 기회의 땅이다. 지난해 중동 수주액은 전체의 34%로 1위였고, 이 중 83%는 사우디였다. 사우디는 앞으로 총 5000억 달러(약 650조 원)의 네옴시티 등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쿠웨이트·카타르 등도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어서 제2 중동 붐을 예고한다. 중동에서 건설 위기를 넘을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