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마무리’ 세속엔 답없다 생각… ‘작정’ 하고 출가했죠”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4 11:57
  • 업데이트 2024-04-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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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수 흥국사 대웅전 불단 앞에 합장한 채 서 있는 영만 스님. 영만 스님 제공



■ 70세에 구족계 받은 은퇴출가자 1기 영만 스님

“사는 방식 바꾸려 실행 옮겨
퇴직뒤 행자생활… 5년 수행
가톨릭 집안이지만 반대안해
상담학 공부해 도움주고싶어”


“60세가 넘어 출가를 할 땐 ‘나도 한번’ 같은 마음이 아니라, 제대로 ‘작정’했던 것이지요. 살던 대로 살아선 발전이 없다, 사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 겁니다.”

은퇴 후 뒤늦게 출가해 70세에 스님이 됐다. 지난 2일 대한불교조계종으로부터 구족계(具足戒·정식 승려가 될 때 받는 계율)를 받아 정식 승려가 된 영만 스님(사진)은 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내 삶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를 고민하다가, 세속엔 도저히 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불교에 귀의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조계종은 본래 출가 연령 상한을 50세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영만 스님은 2018년부터 시행된 ‘은퇴 출가 제도’를 통해 출가가 가능했다. 이는 사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하다 퇴직한 51∼65세를 대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영만 스님은 행자 생활 후 사미계를 받았고, 지난 5년간 다양한 연령대의 ‘도반’(道伴·함께 도를 닦는 벗)들과 여수 흥국사에서 수행했다. 이번에 영만 스님과 함께 구족계를 받은 이는 4명. 모두 은퇴 출가자로 평균 나이 64.3세다. 그중 1954년생인 영만 스님이 최고령이다.

영만 스님은 “중도에 포기한 도반들이 있어서 아쉽지만, 내겐 딱히 큰 위기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다만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는가’ 하는 반성의 시간은 계속됐다”고 고백했다.

영만 스님은 젊어서 한때 서예가로 활동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가톨릭계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했다. 사업가로서도 능력을 펼치며, 경제적 여유를 누렸으나 어느 날 문득 “건강이나 돈이나 부질없다.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그만 붙들자”라고 결심한다. 천주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불교 신자였던 그에게 가족들은 ‘무한 신뢰’를 보냈다. 특히,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출가 이유도 묻지 않았고, 그저 아들이 다니던 절에 불사(佛事) 시주를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배움이 짧으셨지만 열린 종교관을 지니고 계셨죠. 제 선택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20∼40세까지 차이 나는 젊은 승려들과 더불어 수행 정진해 왔다. 승가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해 승가 고시에도 합격했다. 영만 스님은 “학업에 조금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 우리 사회엔 물질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신의 문제가 넘쳐납니다. 우울, 불안, 고독 등으로 무너진 마음들을 바로 세우는 데 일조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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