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강행이냐 타협이냐… 의료계 “백지화” 목소리 커질듯

■ 의정 갈등 향방은

총선 관계없이 정부 원칙론 땐
전공의 행정절차·2000명 강행
의료계는 대화-강경파 내분 속
‘원점 재검토’ 압박강도 높일듯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번 22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의료계 반발에 부딪힌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이 ‘대화’와 ‘강행’ 갈림길에 서게 됐다. 총선 패배를 계기로 정부가 집단행동 중인 의사들과 보다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인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원칙대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에 나서면서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것인지 주목된다. 의사단체들은 “일방적 의대 증원을 국민이 심판했다”며 앞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태세지만 의료계가 대화파와 강경파 간 내분에 휩싸이면서 협상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들은 여당의 총선 패배를 이유로 정부에 의대 2000명 증원안을 백지화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총선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의협은 의사들 의견을 무시한 채 의료개혁을 밀어붙인 탓에 여당이 총선에 참패했다면서 증원 원점 재검토를 강도 높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판세가 불리하자 여권에서는 의료 파행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여당발 협상론이 불거졌다. 정부도 지난달 말부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유연한 처분’을 강조하면서 강경 대응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정부가 강경책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참패 후 윤석열 대통령 레임덕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 의대 증원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은 총선 이슈도 아니었으며, 총선 결과를 의대 증원에 대한 여론과 연결 짓기엔 무리가 많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미 윤 대통령은 전공의 대표까지 면담하는 등 의료계와 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강경 대응으로 전환할 명분도 쌓였다. 의대 증원은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도 모두 동의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하려고 해도 의료계 내홍 탓에 진척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 사이에서는 파열음이 분출했고, 전공의들은 윤 대통령을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탄핵하겠다면서 분열하고 있다. 총선 직후 의협·전공의·의대생·교수단체의 합동 기자회견이 예고됐지만, 이 역시 전공의들이 반발해 무산됐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합동 기자회견을 재추진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는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노동개혁 또한 향후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 유보했던 근로시간 개편안을 보완해 노사정 대화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 3조 개정안)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권도경·정철순·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