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아끔말과 쌍학리’[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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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형제는 3남 2녀이고, 전체로는 넷째, 아들로는 둘째다. 동년배이거나 나이가 더 많은 분들은 알 것이다. 형제 중에서 첫딸이나 장남, 막내가 아니라면 친가든 외가든 5촌 당숙 이상의 친척들은 ‘저 애가 누구지?’라는 질문을 꽤 많이 던졌다. 그때마다 큰댁의 큰어머니께서는 “아끔말 작은아버지 둘째잖아요”라고 대답하셨다. 아끔말은 친가 쪽에서는 필자의 아버지가 사는 동네인 필자의 고향을 가리켰다.

너무나 친숙한 마을 이름인데, ‘아끔말이 무슨 뜻이지?’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스물아홉 살 대학원 석사 2년 차 때였다. 어머니께 여쭤 봤는데, “아끔말이 아끔말이지. 무슨 뜻이냐고? 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러셨다. 어쩔 수 없이 필자 스스로 알아내기로 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쉬웠다. 우리 동네는 아끔말, 뒤끔말, 샘말 3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었다. 아끔말과 뒤끔말은 대조를 이루어 아끔말은 앞쪽 끝에 있는 마을, 뒤끔말은 뒤쪽 끝에 있는 마을이었다.

필자의 고향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비봉면 쌍학2리였는데, 비봉면을 벗어난 사람들과 고향을 대화할 때는 쌍학리(雙鶴里)라고 말했다. 그러면 ‘쌍학리는 무슨 뜻이지?’ 이런 의문도 아끔말과 똑같이 대학원 2년 차 때 처음으로 들었다. 그래서 자료를 뒤져 봤고, 금방 답을 찾았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자연마을 몇 개를 합해 행정리를 정할 때 대표 자연마을의 한자 지명인 동학동(東鶴洞)과 백학동(白鶴洞) 두 개의 학(鶴)을 합했다는 의미에서 ‘쌍학리’란 이름이 만들어졌다.

우리 집안에서 가장 어른이자 가장 유식하셨던 1919년생의 제일 큰아버지와 3시간 인터뷰를 할 때 여쭤보았다. 대답은 이랬다. “학(鶴)의 형국을 한 기막힌 명당이 두 곳 있어서 쌍학리란 이름이 생긴 거야.” 필자가 되물었다. “큰아버지, 그 두 명당이 어디인데요?” 다시 온 대답은 이랬다. “그건 아무도 몰라.” 독자 여러분의 고향 마을 이름에는 어떤 유래가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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