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위안부’ 피해자 18명 일본 정부 상대 첫 소송…“한국 소송을 참고”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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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난징 리지샹 위안소터 전시관. 연합뉴스



중국 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손들이 중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들은 한국에서 진행된 소송 및 판결을 참고했다.

21일 중국 매체 현대쾌보와 중국 위안부 문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허우둥어(侯冬娥) 할머니 등 중국인 피해자 18명의 자녀·손주들이 지난 8∼10일 산시(山西)성 고급인민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원고인 피해자 18명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다.

이번 소송은 초등학교 퇴직 교사이자 중국 최초의 ‘위안부’ 피해자 민간 조사자인 장솽빙(張雙兵) 소송단장이 이끈다. 장 단장은 1982년 허우둥어 할머니를 우연히 만난 뒤 중국 내 다른 피해자들을 찾기 시작, 42년 동안 1000명 이상의 피해자를 만났다. 이 중 139명이 일본 정부의 배상을 받겠다며 나섰다.

피해 자료를 수집한 그는 1992년부터 일본 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했다. 2007년까지 9차례 재판이 있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역사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배상하지 않는다는 최종 판단을 내놨다. 소송 시효가 이미 지났고 일본 법률상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장 단장은 이번에 중국 법원에 새로운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소송) 사건에서 깨달음(啓發)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1년 고 배춘희 할머니 등 한국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이 내세운 ‘국가면제’(한 국가의 법원이 타국이나 타국 재산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 논리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서 배상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이용수 할머니 등 16명이 낸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1심에서 국가면제 논리가 수용됐으나 지난해 11월 2심에서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 2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장 단장은 중국 인권 변호사 자팡이(賈方義)에게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문을 보내면서 소송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자 변호사는 동료들과 함께 지원에 나섰다. 자 변호사는 중국 법원이 일본의 소멸시효와 국가면제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972년 체결된 ‘중일공동성명’ 내용은 ‘중국 국가의 배상 청구권’에 국한되고, 국제법과 국제 협약에 따라 전쟁 민간인 피해자 개인의 인권 침해 배상 청구권은 소멸시효와 국가면제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 계획이다.

쑤즈량 ‘위안부’문제연구센터 주임(상하이사범대 교수)은 "이번 소송의 의미는 특별하고 산시성 고급인민법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법원이 모두 중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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