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트로트 두 별’의 경쟁… 최고·최다보다 중요한 건 ‘최후의 승리’ [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2 09:16
  • 업데이트 2024-04-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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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임영웅·김호중

얼굴 본 지 오래된 친구가 문자를 보내서 반갑게 통화를 시작했다. “웬일이야” “그냥 궁금해서” 공자님 말씀이 떠오른다. ‘멀리서 벗이 찾아주니(연락해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그러나 궁금한 건 나의 근황이 아니라 나의 실낱같은 영향력(?)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혹시 김호중 표 좀 구할 수 없을까?” 대략난감이다. 효성이 지극한 그에게 세상 물정 모른다고 나무랄 순 없다. 결국은 효자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그냥 방송으로 보시라고 해.” 왠지 마지막 통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예감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대신 ‘감시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러려니’ 한다. 굳이 상대방의 실수를 지적해 줄 필요가 없어서다. 마음과 손가락이 속도를 맞추지 못해 생긴 결과물일 뿐이다. 선거 때마다 모르는 사람이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내고 고개를 숙이는 걸 많이도 보았다. 저건 진심일까. 분명한 건 단 하나 그 역시 표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니 부모님께 표를 구해주는 것은 효심이지 표심(票心)은 아니다. 선거를 얼마 앞두고 벌어진 친구의 ‘표’ 사건에서 나는 간단한 결론을 도출했다. 효심은 감사하는 마음이고 표심은 감시하는 마음이다.

친구의 어머니는 성악을 전공하셨다. 모자가 원했던 표는 KBS 교향악단과 함께하는 클래식 단독쇼 ‘김호중 더 심포니’ 티켓이었다. 관련 기사를 보니 7만 명의 경쟁을 뚫은 1600명의 관객만이 좌석을 차지했다. 경쟁률이 무려 44대 1이다. 오죽하면 방송사도 다르고 현역도 아니고 단지 예능PD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존심 구겨가면서 가깝지도 않은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겠는가. 수줍은 그 친구는 아마 몇 번이고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가 했으리라.

이참에 경쟁을 다시 생각한다. 사전에선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걸 경쟁이라 정의한다. 핵심은 ‘같은 목적’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목적이라면 왜 그리 죽기 살기로 다투나. 경쟁력이 아니라 경쟁심 때문이다. 경쟁의 목적이 인격이라면 서로 양보하고 무척 겸손해질 것이다. 그런데 목적이 인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취향엔 등급이 없다지만 인기엔 숫자가 따른다. 경쟁심보다 유용한 게 경각심이란 건 나중에야 안다.

본인들은 부인하겠지만 김호중의 경쟁자는 임영웅이다. 둘은 같은 나이(1991년생)고 같은 무대(‘미스터트롯’)에서 주목받았다.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임영웅과 김호중이 합동 콘서트를 벌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나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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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면 치열하게 경쟁하는 건 당사자가 아니라 팬들이다. 누구 팬이 더 많은가, 누가 더 큰 무대에 서는가, 누가 더 많이 버는가. 음악동네를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그러거나 말거나’ 오불관언일 테지만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팬들은 시시각각 오매불망이다. 다행인 건 각자의 팬클럽이 누가 더 선한 일을 많이 하는가에 화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경쟁사(競爭史)를 집필한다면 이런 가수, 무대를 떠난 지 50여 년이 지나도 초심의 팬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배호(1942~1971) 같은 가수가 진짜 행복한 사람, 나아가 행복을 준 사람이라 기록할 것이다. 결국은 최고(높이) 최다(많이)보다는 최후(오래)의 승리자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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