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에 8년간 질질 끌려다니더니 KF-21 분담금 3분의 1 감액 울며겨자먹기 수용하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11월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위사업청과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 실무협의에서 당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최종 합의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방사청은 8년 내내 인니의 개발 분담금 지연 협상에 질질 끌려다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방위사업청 제공

정부 "최종 협의중·신속 완료"…이르면 이달말 수용 여부 결정
인니 절충안 수용 땐 혈세 1조원 추가 투입 가능성

국산 KF-21 보라매 전투기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인니)가 개발 분담금 약 1조 6000억원의 3분의 1 정도만 납부하는 대신 기술이전도 그만큼 받겠다고 절충안을 제안해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2016년 공동개발국 참가 직후부터 인니가 국내 재정 악화를 이유로 줄곧 분담금 미납을 했음에도 방위사업청이 8년 내내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 기술은 기술대로 유출되고 분담금은 반토막도 아닌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하는데도 뾰족한 대책 없이 인니측 요구대로 절충안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사청은 내후년에는 KF-21 개발이 완료됨에 따라 개발 분담금 협상을 계속 끌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인도네시아 측 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방사청 대변인은 7일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가 KF-21 분담금을 3분의 1만 내겠다고 제안한 것을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정부는 KF-21 개발 성공을 위해 분담금 납부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현재 인도네시아 측과 최종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협의가 완료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협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는 몇 주 정도 걸릴 수도 있다"며 이르면 이달 중 인니 측 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에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인도네시아 측 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1월 KF-21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의 20%인 약 1조7천억원(이후 약 1조6000억원으로 감액)을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약속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인 6000억원을 2026년까지 납부하는 대신 기술이전도 그만큼만 받겠다고 최근 제안했다고 방사청은 전했다.

지금까지 인니가 납부한 KF-21 개발 분담금은 3800억원으로, 앞으로 2200억원만 추가로 내겠다는 제안인 셈이다.

인도네시아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재 약 1조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연체 중으로, 지난해 말 분담금 납부 기한을 2034년까지로 8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앞서 인니측은 경제 사정등을 이유로 일부 현물 납부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F-21공동개발(PG) 연합뉴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KF-21 개발은 2026년에 완료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완납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이자, 인도네시아 측은 분담금을 3분의 1로 줄이는 대신 2026년까지 완납하겠다고 수정 제안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미납액 약 1조원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추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인도네시아와의 공동 개발 취지도 훼손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일각에선 국내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21 개발 관련 자료 유출을 시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이미 기술을 빼돌려 놓고 분담금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개발 분담금 납부 계약을 체결한 후 자국 기술진을 KF-21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KF-21 개발 관련 자료를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유출하려다가 적발된 사건이 올해 초 발생했다.

이들은 KF-21 기술 유출 혐의로 국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따라서 수사를 통해 어떤 기술이 유출됐는지 철저히 규명한 뒤에 인도네시아 측 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 대변인은 이런 주장에 대해 "경찰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수사와) 연계하지 않고 일단 인도네시아 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온 시점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관련 부처와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