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주도권’ 한·일 쟁탈전… “정부, 적극 개입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전문가들 ‘라인 사태’ 제언

日, 플랫폼 독립의지 드러내
동남아 등 확장 걸림돌 우려

투자자 - 국가간 소송 지휘 등
정부, 산업발전 선제대응해야

정부가 ‘라인 사태’와 관련해 네이버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 문제의 배경에 국가 간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이상 방관자적 자세를 유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9일 “네이버가 정부에 기다려달라는 의사를 전하고 있다”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소프트뱅크의 입장이 일본 정부 입장과도 다른 듯하며 이해관계가 복잡해 해법 모색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선의 결과는 네이버가 가장 좋은 조건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나서 기업 간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정부가 견지해 온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과 다르지 않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가 굉장히 신중하고 민감한 경영적 판단을 하는 부분에서 정부가 갑자기 이야기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익을 위해 네이버 의사를 존중하면서 계속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다르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협정에 대한 예외 조항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일본이 단순히 자국 경제 이익을 앞세우는 사실상의 강탈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주체가 돼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진두지휘하거나 이를 검토하겠다는 신호라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사태와 마찬가지로 민간 기업이 국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발표하거나 반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구글·메타 등을 전면 차단하고 자국 플랫폼만 쓰게 한 중국처럼 일본도 이 대열에 올라타려 하는 것이고 별도의 플랫폼을 가져야 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미·일·중을 제외하면 한국 플랫폼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곳이 동남아 또는 중동 정도인데 그 지역으로 확장하는 부분이 이번 사태로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부가 한국 산업이 다른 나라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당연히 지원해야 하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우리 플랫폼 산업 발전의 큰 방향성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외교적 노력을 다하는 조정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네이버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정부는 유관 기관들과 함께 범부처 차원의 대응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네이버가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요청할 경우 외교부 등 관계 부처들과 함께 긴밀히 협의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현지 공관 등을 통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통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 부처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혁·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