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필리핀서 탈옥…어디로 숨었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 모씨. 경찰청 제공

현지서 재판 출석했다 이송 중 도주…정부, 필리핀 측과 협의 중
2021년 필리핀서 붙잡혀 수감…‘김미영 팀장’ 수법 핵심 인물


‘김미영 팀장’으로 악명을 떨친 1세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53) 씨가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서 탈옥해 우리 정부가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9일 외교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말 필리핀의 한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박 씨는 현지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측은 “현지 공관은 박 씨의 탈옥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신속한 검거를 위해 필리핀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외교부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박 씨는,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후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렀다. 박 씨의 조직은 당시 ‘김미영 팀장’ 명의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을 빼돌렸다. 경찰은 박 씨를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해낸 핵심 인물로 의심하고 있다. 다른 조직원들이 2013년 대거 검거·구속됐지만, 박 씨는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2021년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다.

경찰청은 이후 다각도로 박 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했으나, 박 씨가 고의로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꼼수’를 써 현지에서 수감 생활을 하느라 송환이 지연됐다.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짓고 형을 선고받으면, 그만큼 국내 송환 절차가 늦춰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