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진행된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백년의 지혜’ 출간간담회
“사랑이 살아온 모든 날의 이유
소유했던 것 주고가는게 인생
가장 공부안했던 386·586들
文정권때 중용돼 기업 악마화
아직도 활동하고 있어 큰 문제”
“인생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소유했던 것을 주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올해 세는 나이로 105세인 한국 최고령 철학자이자,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먼저 가르침을 구하는 ‘시대의 지성’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김형석, 백 년의 지혜’(21세기북스)를 출간했다. 책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겪은 산증인으로서 오늘을 살아내는 김 명예교수가 통찰과 일침을 통해 전하는 ‘세기의 인생론’으로 가득하다.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진행된 출간 간담회에서 그는 “살아보니 내게 남아있는 기억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청춘에게 남겨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명예교수는 “100살이 넘어도 스스로 ‘나는 왜 태어났는가’ 물어본다”며 삶을 관통하는 인생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의 인생관이 집중적으로 담긴 책의 1부를 꼽으며 “외모를 가꾸는 일은 쉽지만, 내면이 진정 아름다운 삶을 찾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자유롭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없었던 일제강점기와 북한에서의 기억을 꺼내 보이며 “사랑이 살아온 모든 날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가 간담회를 통해 수차례 강조한 ‘사랑’이란 인류애적 사랑이었다. 그는 “오래 살아 좋은 건 남들보다 많은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꼬일 대로 꼬인 정치 현실에 대한 작심 비판도 쏟아냈다. 오늘날의 가장 큰 문제로 “문재인 정권과 운동권 세력, 국제감각의 상실”을 꼽으며 “강단에서의 모든 시절을 통틀어 제일 공부 안 했던 애들이 386, 586 같은 운동권이다. 공부하지 않고도 ‘나는 남보다 잘났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 정권에서 청와대에 중용돼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가 경제의 중심이 돼 성장을 이끌어 온 기업들을 악마화했다”며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을 끌어줄 수 있도록 국제감각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스스로 탈북자로 명명한 김 명예교수는 ‘자유’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특히 한·미동맹을 “자유와 평화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지닌 위대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기도 드리는 마음으로 부탁합니다. 대화에 나선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