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처리 의무 사라진 검사… 수사업무 기피하는 경찰

검찰, 인사고과 반영 등 보상 없어
경찰, 업무 과중에 베테랑도 떠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 이후 검·경의 사건 처리 지연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양 기관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과거에는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사가 사건을 책임지고 처리했지만, 이를 대체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중간에 붕 뜬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준비 안 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업무가 가중되면서 경험 많은 경찰들이 수사 부서를 대거 이탈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기간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검사의 사건 처리 의무가 사라진 점을 꼽는다. 과거 검사는 사건 처리 기간 등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면서 신속 처리 압박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건 처리를 위해 검사가 할 수 있는 건 보완수사 요청뿐”이라며 “경찰 측 보완수사가 올라오지 않으면 검사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건의 주인이 사라진 셈”이라고 했다.

보완수사 요청 시스템이 수사 지연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송치된 사건에 대해 묻거나 터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서류로만 소통하다 보니 제대로 된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며 “결국 사건이 지체되다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찰이 장기간에 걸쳐 수사해 검찰로 보내더라도 검찰이 보기에 사건 처리가 미흡하면 보완수사 요청을 하고, 이후 재송치 전까지 검사가 관여할 수 없어 사건이 계속 늘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시스템적 결함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 처리 압박만 받으면서 일선 경찰들이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사부서 엑소더스’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시험을 통과한 경찰에게 부여되는 수사 자격증인 수사경과 취득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급락했다. 수사경과 취득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직전인 2020년 5020명에서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2891명, 2022년 2848명, 2023년 3172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들어 수사경과 취득 경찰이 소폭 상승했으나 수사권 조정 이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많은 베테랑 수사관들이 수사 부서를 떠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수사 지연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대책으로 나온 수사경찰과 자치경찰의 분리 등은 시행하지 않고, 검찰 수사권만 계속 줄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