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시간 족쇄, 지자체가 먼저 풀었다

서초구, 조례개정 통해 규제개선
서울시도 최근 관련 조례 철폐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도 앞장
“법개정 통해 전면규제 해소를”

김성훈·김호준 기자, 대구=박천학 기자

27일 서울 서초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대폭 풀어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소비자 편의와 대형마트 역차별 해소 차원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등 제한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을 지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형마트에 대해 오전 0∼10시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또 매달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하는데, 공휴일 중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평일로 할 수도 있다. 세부사항은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기존 대형마트만 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역차별 논란이 일어났다. 국회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야당 반대로 계속 무산됐고, 결국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규제 개선을 주도하는 형국이 됐다.

특히 서초구는 지난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이어 이날 온라인 영업시간 제한까지 사실상 전면 해제했다. 1시간(오전 2∼3시)의 영업제한 시간을 남겨둔 것은 정부와 국회가 법을 고쳐 영업제한을 전면 해제해 달라고 촉구하는 의미다. 전성수(사진) 서초구청장은 “유통환경 급변에도 꿈쩍하지 않던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마지막 규제를 풀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대형마트의 성장과 발전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소비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모든 지자체에 영업시간을 완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도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서울시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 분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 규제 철폐 기반을 마련했다. 25개 자치구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월 2회 공휴일로 지정하던 원칙을 삭제하고,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구청장이 영업시간 제한도 완화할 수 있게 했다.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도 지자체가 앞장서 왔다. 지난해 2월 대구시를 시작으로 충북 청주시,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부산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후 6개월 만에 주요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노동조합의 반발도 있었지만, 대구지법 행정2부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노조 간부가 대구 서구청을 상대로 낸 의무휴업일 변경 지정 고시 처분 취소소송에서 각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벽시간 온라인 배송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e커머스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라고 반겼다. 다른 마트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전면적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