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배 대표는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성호 기자
■ 현안 인터뷰 - ‘한국 ETF의 아버지’
ETF, 美선 투자시장 20% 차지
한국은 8%뿐… 2배 성장 가능
자산배분 위해선 TDF 권할 만
韓 주식시장 저평가 지적에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하려면
상속세 낮추고 상법 개정 필요
“워런 버핏은 제조업 시대에서 투자 실적을 낸 인물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주 시대’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투자방식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는 기술주 시대입니다. ‘나스닥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야 합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미국의 나스닥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2002년 국내 주식시장에 ETF를 최초로 도입한 장본인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ETF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그런 배 대표가 이제는 기술주 중에서도 ‘반도체 칩’에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정부, 기업들 각각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을 제대로 ‘밸류업’ 하려면 상속세를 낮추고 상법을 개정해 각종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전문가인 배 대표로부터 바람직한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2022년 취임 후 그간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3년 차이다 보니, 지난 1∼2년 열심히는 했다고 생각한다. 그간 한투운용에서 비즈니스를 묵묵하게 했다. 자신감을 갖고 했다. 그동안 첫 2년간 성과가 나지 않아도 고민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는데, 이제 임기 3년 차가 되니까 생각이 정리가 많이 됐다.”
―취임 당시 청사진은 무엇이었나? 지금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졌다고 생각하나.
“지금 세상은 펀드에서 ETF로 흘러가고 있다. 투자 수단이 변화하고 있다. 주식, 채권, 펀드, ETF는 운 좋은 사람이 돈을 벌기도 한다. 언론이나 운용사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돈을 벌어갈 수 있는 상식적인 수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산 배분을 코어로 하고, 나머지는 펀드나 개별종목으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산 배분의 대표적인 방법이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도 ETF로 운용할 수 있다. 요즘으로 치면 ETF는 ‘반도체 칩’에 해당하고, TDF는 반도체 칩으로 만들어진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된다.”
―투자의 기초자산이 ETF가 돼야 한다는 의미인가.
“TDF는 자산 배분 전략이고, ETF로 운용이 가능하다. 위성투자로 나스닥지수가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보다는 나스닥이 더 좋아보인다. 2000년대 이후부터 인터넷이 모든 산업에 보편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0년에 음식점 하는 사람이 인터넷이 필요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그러나 지금은 주문도 배달도 다 인터넷으로 한다. 이제는 모든 기술이 인터넷으로 바뀐 것이다. ‘기술 시대’는 제조업과 많은 차이가 있다. 2000년까지는 제조업 시대였다. 지금은 기술주 시대다. 제조업은 매출을 늘리려면 생산을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 설비 투자와 원재료가 대거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 이게 팔릴지는 모른다. 반면 기술주의 경우 매출을 늘리려면 사람(아이디어)과 컴퓨터, 전기만 있으면 된다. 물론 이건 양극단적인 예이긴 하다.”
―투자 수익은 이제 기술주에서 나온다는 것인가.
“기술주의 대표인 애플은 제조를 안 한다. 기술주다. CEO의 머리를 갖고 하는 사업이고, 생산은 위탁을 한다. 워런 버핏은 제조업 시대에서 투자 실적을 낸 인물이다. 과거 20년을 보면 워런 버핏이 S&P지수를 이기지 못한다. 이제 버크셔 해서웨이 방식으로 많은 초과 수익을 내지 못한다.”
―ETF가 소위 대세인가.
“대세는 맞다. ETF가 어디까지 커질 것인가 하면, 일단 미국은 전체 시장 규모 대비 20%가 ETF다. 우리나라는 8% 정도 된다. ETF 시가총액이 140조 원 정도다. 전체 시총과 단순 비교해 봐도 2배는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시총 대비 ETF 비중이 더 늘어나고 있다. 시총이 계속 늘고 있으니 ETF 비중도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ETF가 늘어나는 것은 개인연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TDF 시장은 어떻게 보나.
“TDF 시장 역시 올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TDF는 재무상담사(PB)가 판매한다. PB들은 과거 수익률을 갖고 상품을 설명한다. 그런데 2022년에는 금리가 좋지 않아서 자산 배분 수익률이 매우 안 좋았다. 반면 지난해 수익률은 높았다. 그래서 올해는 (TDF가)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ETF 시장이 커지면서 유사 상품 출시나 ‘제 살 깎아 먹기식’ 운용 보수 등 업계에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운용 보수를 낮추는 것은 가장 쉬운 전략이다. 퀄리티로 차별화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금융 당국이나 거래소에 규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경쟁 전략이라는 것이, 상품은 가격과 품질로 경쟁이 이뤄지는데 경쟁의 지점이 어디에 놓이느냐가 문제다. 지금은 가격에만 경쟁이 몰리니 과열이 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을 키우고 있는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의 경쟁 전략이 품질을 낮춰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데, 아주 안 좋은 전략이다. 일단 상대방을 쓰러트린 다음에 (가격 인상 등) 본색을 드러내겠다는 것인데, 이런 전략을 따라 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 같다.”
―한투운용의 대표 ETF 상품은 무엇이고,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우리의 대표 상품은 ‘기술주’다. 그중에서도 나스닥지수다. ETF와 ‘미국 빅테크 TOP7’, 반도체, 미국채 등을 운용하고 있다. 매일 장이 끝나면 내가 직접 체크한다. 매일매일 체크하다 보면 상위 10개 종목에서 우리가 얼마를 팔고 있는지가 나온다. 최근에는 월 분배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투운용은 9개의 월 배당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일별 동향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포지셔닝을 가져가야 할지를 알 수 있다. 특히 반도체는 정말 재미있는 영역이다. 모든 기술은 반도체 칩으로 구성된다. 스마트폰이든 자동차 등 무엇이든 반도체 없이는 안 된다. 나스닥지수가 ‘기술주의 바다’라고 한다면 바다의 핵심 깊이는 ‘빅테크’이고,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은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개인 투자자는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렵다고 하는데.
“2007년쯤에 애플 스마트폰이 나왔다고 생각해 보자. 보통 사람들은 실제 주식을 산 취득가를 고점으로 인식한다. 애플 주식을 100달러에 샀다고 보자. 그리고 주가가 200달러까지 오르면 사람들은 내가 주식을 산 취득가는 생각하지 않고 고점에서 내린 가격을 손실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언론에서 애플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고 하면 주가는 등락한다. 이런 과정을 다 견뎌야 수년 후에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 개인은 이런 스윙 과정에서 빠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증시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저평가보다는 소액투자자와 대주주간의 이해관계 일치가 중요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한국에는 진정한 ‘기술주’가 없다. 거의 모든 기술주는 미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성과를 결정해주는 요인은 6가지로 판단해 볼 수 있다. △대형이냐 소형이나 중·소형주냐 △밸류냐 아니냐 △그로스 퀄리티냐 아니냐(주가는 높은데 성장률이 계속 높은지 여부) △배당주냐 아니냐 △변동성이 높은가 낮은가 △모멘텀이 살아 있나 등이다. 사이즈 밸류로 따져보면 우리나라는 중·소형 가치주가 제일 많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고 해서 저평가라고 할 수도 없다. 밸류업이란 것이 무엇인가. 결국 주가를 올리라는 것이다. 기업 주가를 올리려면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된다.”
―정부가 밸류업 지수에 기초한 ETF를 만들어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밸류업 프로그램도 좋지만, 투자 교육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기 전망과 예측에 기반한 투자를 하면 안 된다. 정부의 밸류업은 자기자본을 낮추라는 건데, 이를 위해 배당을 많이 하고 자사주 소각도 하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걸 기업에만 하라고 한다. 정부도 할 일이 있다. 상속세를 낮추고,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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