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 명단 올랐어도 권력 휘두르는 지도자들… ‘종이호랑이’ 된 ICC[Global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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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美 등 강대국들이 대립각 세워
자체 경찰권·강제력 없어 한계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자 명단에 오른 국가 지도자 중 상당수가 체포되는 대신 여전히 권좌에 앉아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ICC가 자체 경찰권과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강대국들의 무시에 권위마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간다의 반군 단체 ‘신의 저항군(LRA)’의 지도자 조지프 코니는 ICC의 체포망을 20년 가까이 피하고 있다. 코니는 지난 1986년부터 소년들을 병사로 강제 징집하고 여성들을 성 노예로 납치하는 등 총 36건의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2005년 ICC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코니는 2006년 우간다 정부와 LRA 간의 주바평화협정 이후에는 남수단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등 내전이 진행 중인 이웃 국가로 근거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가 각종 전쟁범죄 혐의로 ICC 측에 인계돼야 하지만 여전히 고국에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가장 최근 ICC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지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키는 등의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 명단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체포영장을 우려한 듯 외교 활동에 다소 소극적이었으나, 지난 7일 5기 취임을 기점으로 외교 활동을 확대하며 광폭 행보로 돌아섰다. 푸틴 대통령은 5번째 임기 시작 후 첫 해외 국빈 방문지로 중국을 찾아 양국 간의 밀착을 과시한 데 이어 24일에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벨라루스를 찾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26일 또 다른 우방국인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이 ICC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도 ICC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해외 파병 미군 보호 등을 이유로 ICC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은 최근 우방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청구를 비판하며, ICC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들먹이고 있다. 메리 엘런 오코넬 미국 노트르담대 국제법 교수는 ICC에 대한 서방의 이중 잣대를 꼬집으며 “푸틴과 같은 적에 대한 기소는 환영하지만, 동맹국에 대한 체포영장은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ICC가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의 명맥을 잇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