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구조 왜곡시킨 ‘비급여’… 필수의료 망치고 ‘피·안·성 쏠림’ 부추겨

병원 “실손으로 돈 못벌면 바보”

실손보험과 맞물려 기형적으로 커진 비급여 진료 시장은 소아과·산부인과·외과 등 필수의료를 망친 주범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사가 진료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는 의료의 상업화를 불러와 과잉진료와 의료비 증가, 보상구조 왜곡 등 악순환 구조를 심화시켰다.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유입되고 의료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비급여 진료를 손본다는 방침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2009년 6조1000억 원이던 비급여 시장 규모는 2021년 17조3000억 원으로 12년 만에 약 3배로 커졌다. 줄기세포 무릎주사, 다초점렌즈 백내장 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비급여 진료는 풍선 효과도 끊이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비급여 항목이 우후죽순으로 나와 있다”고 말할 정도다. 비급여 진료가 돈벌이 수단이 된 개원가에서는 “비급여 진료로 실손보험을 못 뽑아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비급여 진료의 최대 폐단은 의료계 보상구조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비급여 항목이 많은 진료과에 대한 ‘의사 쏠림’ 현상도 낳았다. 비급여 진료가 적은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줄어들고, 반대로 비필수의료 분야인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쏠림이 심해졌다.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비급여 진료에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 사용하는 ‘혼합진료’ 중 일부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수술을 하도록 한다거나,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도수치료를 유도해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행태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용 의료 자격을 개방하는 방안도 핵심 과제로 논의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