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찬성” 서울대 의대 교수 3명중 1명 뿐 … 대표성 미비 논란

집단 휴진, 병원장 ‘승인’ 사항
임의결정으로 정당성마저 결여

국립대병원장들 “비대위 의견,
서울대병원 주류로 보기 힘들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행정처분 전면 취소’를 주장하며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전면 휴진)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이번 결정의 대표성과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 3명 중 1명만 무기한 총파업에 찬성했고, 전면 휴진은 병원장의 재가 등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결정돼 징계와 형사 처벌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는 전체 교수 1475명 중 750명이 참여했다. 이 중 전면 휴진에 찬성한 의사는 전체 교수의 34%인 513명이다. 전체 교수 가운데 3명 중 2명(66%)은 전면 휴진에 반대하거나 투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전면 휴진 결정의 대표성에 의문을 표하는 내부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국립대병원장 회의에서도 “서울대 의대 비대위 의견을 서울대병원 ‘주류’로 보기 힘들다”는 발언이 나왔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가 맡고 있지만, 비대위 여론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적 정당성을 위배했다는 지적도 거세다. 집단 휴진은 병원장 승인·결재 사항이지만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병원장 권한과 통상적인 행정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무단으로 휴진을 결정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을 믿고 다니는 환자들 안전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돼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병원장이 불허했는데도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소속 교수들은 ‘근무지 무단이탈’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국가공무원법과 의료법상 불법이기도 하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는 공무원 신분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의사 표시로 의대 교수들이 휴진해 진료가 차질을 빚는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총파업은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비상진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으로선 전면 휴진에 찬성한 교수 513명이 모두 총파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만 의료현장을 이탈해도 진료가 중단되는 분과가 나올 수 있다. 대학병원 내 진료과 교수는 1~3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면 휴진의 여파는 환자 전원 등으로 다른 상급종합병원 진료역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진료현장을 이탈할 경우에 대비해 각종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강화 등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들어 70%대에 진입한 전국 수련병원 100곳의 전임의(펠로) 계약률은 7일 기준 71.3%다. 수련병원 211곳에서 출근한 전공의는 1027명으로 전체 7.5%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