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전 부안군 흥산마을회관 인근 주택에서 집주인이 지진으로 인해 갈라진 벽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서 지진감지·피해 신고
“공사장에서 나는 폭발음 같아”
익산선 “아파트가 크게 흔들려”
서울·부산·강원도 흔들림 감지
원전엔 피해없어… 정상 가동중
부안=박팔령·영광=김대우·대전=김창희 기자
“집이 흔들리고 창고 벽이 갈라졌습니다.”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국적인 피해와 흔들림 감지 신고가 잇따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올해 가장 큰 규모(4.8)의 지진의 여파로 부안에서 수백㎞ 떨어진 지역에서도 진동을 감지했다. 그러나 다행히 한국수력원자력은 전국의 가동 원전이 모두 특별한 피해 없이 안전 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청과 각 지역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에서 290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전북이 7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38건), 충남(36건), 광주(23건), 대전(21건), 전남(23건), 세종(9건) 등 전북과 가까운 지역은 물론 경기(43건), 서울(7건), 경남 창원(5건), 부산(2건), 경북(5건), 약 300㎞ 떨어진 강원(1건)에서도 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 산림청은 오전 9시를 기해 전북 지역 산사태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높였다. 산림청은 여진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를 투입, 산사태 취약 지역 등에 대한 현장점검에도 돌입했다.
부안군 보안면에서는 창고 벽이 갈라졌고, 하서면의 한 주택은 창문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갔다. 백산면의 한 주택에서는 화장실 타일이 파손됐다. 광주·전남에서는 건물이 흔들리고 사무실 컴퓨터 기기가 흔들리는 여진이 감지됐다. 이 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주택 창문이나 의자, TV가 흔들렸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김모 씨는 “출근하는데 강한 진동을 몇 초간 느꼈다”면서 “처음에는 공사장에서 나는 폭발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익산시의 한 주민은 SNS를 통해 ‘지진이 난 순간 베란다에서 그네 타듯 ‘왔다리 갔다리’ 진짜 놀라서 얼른 들어왔네요’라고 당시 놀란 심정을 전했다. 정읍시에 사는 박모 씨는 “아파트 15층에 있었는데 무너질 듯 크게 흔들려서 밖으로 바로 뛰어나갔다”고 했다.
부안 해경 관계자는 “청사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주차장으로 대피했다”며 “건물 기둥이 크게 흔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전주 덕진구 초등학교는 막 등교한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대전시에서 세종시로 출근하던 한 시민은 “운전 중 진동이 느껴져서 전쟁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한 시민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4D 영화관에 온 것처럼 앞뒤로 흔들렸다”고 지진 당시를 떠올렸다.
운동장으로 대피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전주의 모 중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진앙지로부터 48㎞가량 떨어진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으나 별다른 피해 없이 가동되고 있다. 한빛원전에는 1000㎿ 규모의 원전 6기(총생산 전력 5900㎿)가 있으며, 현재 계획 예방정비(2023년 12월 17일∼2024년 6월 23일) 중인 1호기를 제외한 5기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지진 흔들림이 감지돼 자체 지진계측기로 값을 확인하고 현장을 점검했으나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고, 현재 정상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 새울원전, 부산 고리원전도 지진 피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