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인구·경제 윈-윈” … 순·여·광 통합하면 ‘70만명 메가시티’ [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도시 조성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 전경. 신대지구는 행정구역상 순천시에 속하지만 여수시, 광양시와 인접해 있다. 순천시청 제공

■ 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 (2) 시·군 통합 논의 확산

순천 외서면 인구 786명뿐인데
광양·여수 옆 신대지구 3.3만명
3개시 접경지역 인구 유입 뚜렷
통합 땐 항만·제철·화학 도시로

목포·신안 합치면 1.9조원 효과
1단계 통합후 무안까지 합칠 듯

공동 생활권 안동·예천도 논의
인천 동구-중구는 2026년 통합

순천 = 김대우·전주 = 박팔령·안동 = 박천학·인천 = 지건태 기자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인접 시·군과의 통합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지자체들이 과거 수차례 시도했다가 무산된 통합을 재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지역 소멸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구와 경제규모를 늘려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전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전남 순천시 송광면 버스 정류장이 이용객이 없어 텅 비어 있다. 순천 = 김대우 기자

◇순천·여수·광양 통합론 다시 ‘솔솔’=지난 12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전남 순천시 외서면 외서분교장. 수년 전 폐교된 이 학교가 한 무리의 사람들로 소란스러웠다.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무더운 날씨임에도 마을 주민들이 게이트볼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외서면은 행정구역상 전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순천시에 속하지만 면내 8개 마을 인구가 786명에 불과하다. 순천시 관내 24개 읍·면·동 가운데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다. 신도시가 조성된 해룡면 인구 5만6305명에 비하면 1.4% 수준이다. 주민 박근호(84) 씨는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이지만 인구가 적다 보니 변변한 식당 하나 없다”며 “순천시내권은 거리가 멀어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더라도 10분 거리인 벌교(보성군)로 간다”고 말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직장이 있는 김모(54) 씨는 수년 전 여수에서 인접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로 이사를 왔다. 매일 여수와 순천을 출퇴근한다. 신대지구는 행정구역상 순천시지만 지리적으로 광양과 맞닿아 있고 여수도 20분 내에 오갈 수 있다. 광양만권 배후 도시로 조성돼 김 씨처럼 거주지는 순천(신대지구)에 두고 여수 국가산단이나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순천시 취업자 14만6000명 가운데 약 24%인 3만5000명이 순천 외 타 지역 통근 취업자로 나타났다. 여수와 광양 인구가 유입되면서 올해 4월 말 기준 신대지구 인구는 3만3000명에 달한다. 김 씨는 “신대지구는 교육여건이 좋고 3개 시 접경지역으로 같은 생활권인 데다 아파트 가격도 여수나 광양보다 1억 원 정도 싸 이사를 많이 온다”고 말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 3월 열린 순천·여수·광양시행정협의회에서 “순천·여수·광양은 행정구역만 나뉘어 있을 뿐 서로 시내버스가 다니고 여수산단·광양제철소 직원들이 순천에서 출퇴근하는 등 이미 한 생활권에서 살고 있다”며 “3개 시 통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3개 시 통합은 지난 2000년부터 논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07년에는 2010년까지 3개 통합시 출범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지역별 이해득실에 따른 입장 차로 성사되지 못했다. 3개 시 통합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4월 말 기준 순천시 인구는 27만7342명, 여수시 27만634명, 광양시는 15만2770명 선을 유지 중이다. 이들 3개 지자체가 통합할 경우 70만 명 규모의 전남 동부권 메가시티를 기대할 수 있다. 여수상공회의소 관계자는 “1997년 여수시가 여천시·여천군과의 ‘3여 통합’으로 여수세계박람회를 유치한 것처럼 순천·여수·광양 3개 시가 통합하면 항만·제철·석유화학 등을 갖춘 경제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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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안, 전주·완주, 안동·예천도 통합 추진=오는 2026년 7월 목표로 목포·신안 통합시 출범을 추진하는 목포시와 신안군은 최근 연구용역을 통해 양 지자체가 통합할 경우 행정편익 9735억 원, 1조9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관광객 수도 통합 이후인 오는 2027년 22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목포시와 인접 지자체의 통합은 지난 1994년 목포·신안·무안 통합 논의를 시작으로 그동안 6차례 시도됐으나 일방적 추진에 대한 반감과 공감대 부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목포·신안 먼저 통합하자는 추진위가 출범해 현재 7번째 통합을 추진 중이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2026년 7월 1일 목포·신안 통합시 출범 이후 2단계로 무안과 통합을 이뤄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3차례 통합을 시도한 바 있는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도 통합 논의 재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통합추진단체인 ‘완주·전주 상생발전 네트워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구역 통합을 원하는 완주군민 6152명과 전주시민 1만8132명의 서명부를 시와 군에 접수했다”며 “내년 3월쯤 완주군민 대상 통합 찬반 투표가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와 이웃 예천군도 소멸위기 극복을 위해 통합을 추진 중이다. 12일 오후 경북도청 신도시 중심상업지구에서 만난 안동시 주민 이모(60) 씨는 “경북도청 소재지인 안동과 예천이 통합하면 도시 규모가 커지고 바이오백신 등 산업 집적화로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도청 신도시는 지난 2016년 2월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예천과 안동 경계지역에 조성됐다. 이곳 주민들의 주민등록 주소는 예천과 안동으로 나뉘어 있지만 공동 생활권을 이루고 있다. 통합을 통해 인구 30만 명의 자족도시 도약을 추진 중이다.

통합이 이미 성사된 곳도 있다. 수도권이면서 낙후지역인 인천 동구는 지난 1월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2026년 7월 1일부터 인접 중구 원도심 일부와 통합돼 10만 명 규모의 제물포구로 명칭이 바뀐다.(인천 중구 원도심은 제물포구로, 신도심은 영종구로 분할 편입되며 중구 명칭 없어짐) 김병록 목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생활권역과 정서가 같은 지역끼리 통합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며 “통합으로 인구와 경제규모가 커지면 재정·행정적 기반이 강화돼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