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전년보다 8단계 뛰어올라 역대 최고인 20위를 기록했다. 모처럼 듣는 반가운 소식이다. IMD는 세계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67개 국가를 대상으로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4개 분야를 중심에 두고 하부 20개 부문 및 336개 세부 항목을 설정해 설문조사로 집계한 순위를 발표했다. 올해는 싱가포르가 1위, 미국 12위, 독일 24위, 일본은 38위였다.
IMD 평가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는 국내 또는 외국의 기업에 종사하는 국민 또는 국외 거주자로서 조사 대상 국가에서 생활하면서 인지한 경험을 기초로 현재와 미래를 평가하도록 요청받는다. IMD의 다른 평가 분야인 회계 투명성의 경우 같은 설문 방식을 사용하는데, 한국이 너무 낮은 평가를 받는 것에 불만이 많다. 실제로 2017년에는 63개국 중에서 63위로 평가됐다. 이는 회계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응답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금융회사나 기업의 고액 횡령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일부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 대한 신뢰는 매우 높다.
한국의 부문별 순위를 보면 경제 성과는 2단계, 정부 효율성은 1단계 하락했다. 반면 기업 효율성은 10단계, 인프라는 5단계 상승했다. 경제 성과의 구성 요소인 국내경기와 국제무역과 국제투자가 부진했고 물가도 불안했다.
정부 효율성 부문에서는 조세정책이 8단계의 충격적 하락을 기록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 대부분이 기업과 관련을 맺고 있어 법인세에 관심이 높다. 조사 대상 국가의 법인세율이 조세정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의 조세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한·미 법인세율 역전과 관련이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22%이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3%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같은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고세율 35%의 법인세율을 21%로 대폭 인하했다. 법인세 및 사업 승계와 관련된 증여세 및 상속세 부담을 줄여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조세정책이 필요하다.
기업 효율성 부문은 5개 평가 요소 모두 7∼8단계 올랐다. 생산성·효율성 및 노동시장 항목에 대한 평가는 노사 환경이 핵심적 평가 요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사 갈등은 상당히 줄었다. 금융시장에 대한 응답자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경영 관행과 태도·가치관 등은 기업의 채용 및 승진·보상 등 인사관리와 관련된 요소다. 근래에 연공서열보다는 성과에 의한 승진 및 보상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보건환경만 1단계 후퇴했고 기본 인프라, 기술 인프라, 교육은 9∼7단계씩 올랐다. 과학 인프라의 경우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보건환경 부문의 평가는 의대 모집 정원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IMD는 매년 6월 ‘세계경제력연감’을 발간하는데 글로벌 기업이 투자 입지를 선택하는 과정에 활용도가 높다. 순위 상승을 지속하면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성과와 정부 효율성 부문은 운용상 제약이 많은 만큼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 부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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