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업체 인건비 70%…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살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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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중앙회 ‘최저임금 회견’

“소모비 계산땐 남는수익 제로”
“내년엔 동결을” 한목소리 호소

“철근임가공업체는 운송료를 포함한 인건비 비중이 70%가 넘습니다. 건설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일감도 줄었는데 최저임금마저 오르면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

충북 음성군에서 철근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신주열(63) 대표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5년 최저임금 관련 중소기업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건설사로부터 철근 1t당 6만 원에 임가공을 수주받으면, 인건비(3만5000원)와 운송비(1만2000원)가 차지하는 비용만 수주액의 70%에 달한다. 기계유지비 등 소모품 비용까지 계산하면 사실상 남는 수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인건비는 납품단가 연동제 대상도 안 돼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를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 대표를 비롯해 10개 업종 대표가 나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더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중소기업 경영 상태가 최악인 상황을 고려해 인건비 부담만이라도 완화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정우 서울경인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가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원가가 올라도 사실상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문 닫는 가구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업이 전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전년(592건)보다 36.8% 증가한 810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파산을 신청하는 법인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다.

이성문 한국교육정보기술(IT)서비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종별로 채산성이 다 다른데 이걸 무시한 채 최저임금 상승 폭을 일괄 적용하다 보니 근로자들은 쉬운 일자리만 찾는다”며 “조금이라도 숙련이 필요한 자리는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심상백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편의점은 인건비가 오른다고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며 “적자를 안 보려면 결국 사장이 더 많이 일하는 수밖에 없어 자투리 시간에 일하려는 주부, 어르신들도 안 뽑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중소기업의 80.3%가 올해 최저임금 수준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