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일자리·치유 마을로 ‘특성있게’… 청년도 은퇴자도 ‘살고 싶게’[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13일 경남 밀양소통협력센터가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에서 주최한 ‘밀양 콜렉티브 캠프(MCC)’에 경남 지역 청년들이 참가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배움과 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밀양소통협력센터 제공

■ 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 (4) 사람들 오게 하는 지자체

경남 밀양시
지역 청년 협력 네트워크 구축

경상남도
게임개발업체 등 청년산업 육성

경상북도
퇴직 과학자들 위한 마을 꾸려

강원 영월군
농촌유학가족용 임대주택 조성

충남 금산군
아토피 환자 자연치료 시설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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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박영수·안동=박천학·영월=이성현 기자

청년 인구 유출과 저출생,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봉착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성장의 핵심 동력인 청년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며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과 연대 커뮤니티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노인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은퇴자 마을’을 조성해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는 지자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 정책의 핵심은 청년들에게는 지역에 머물며 살게 하고 의료·복지시설을 갖춘 특화타운에 퇴직자 등을 유치해 인구소멸 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농을 준비하고 있는데 ‘밀양소통협력센터’에서 다양한 분을 만나고 같이 활동하면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농업이 1차산업이지만 농업관광, 특용작물 가공 등으로 확장 가능해 지역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남 밀양시 내일동 밀양소통협력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광주(31) 씨는 1일 “지역과 어우러진 새로운 농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사업계획서를 직접 써보고 텃밭 실험을 하며 선배들을 만나 도움도 받으면서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전역 후 전국을 다니며 요식업 관련 일을 하다 3년 전 다시 돌아왔고 최근 정부 지원 창업농에 선정돼 스마트농업을 공부 중이다. 김 씨의 희망을 키워주고 있는 밀양소통협력센터는 행정안전부의 지역 거점별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으로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센터는 ‘연결’을 키워드로 친구들이 떠나 소외된 지역 청년들을 한데 모아 소멸 위기로 정적인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14일 센터가 진행한 밀양 콜렉티브 캠프(MCC)에는 지역 청년 70명이 모여 지역살이에 대해 논의하며 참가자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처럼 센터는 관계망 형성에 목말라하는 지역 청년들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로 끌어내 정체된 도시에서 도전과 협력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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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도 웹툰·앱 개발 일자리 있다 =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로 기적을 써 내려 가는 곳도 있다. 바로 김해에 위치한 경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다. 2020년 문을 연 이 센터는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자리인 웹툰 업체를 포함해 게임개발업체, 인공지능(AI) 교육콘텐츠개발업체, 앱 개발업체 등 20여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굳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웹툰, 앱 개발 등을 배우고 실력도 쌓을 수 있어 지역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다. 입주 기업인 ‘피플앤스토리’는 지난 4월 웹툰 경력직(2명) 채용공고를 냈는데 3일 동안 무려 30명이 지원해 15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였다. 이 업체는 2020년 서울에서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한 후 웹툰과 관련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영화, 뮤지컬, 게임, 메타버스까지 확장하며 직원이 4명에서 60명으로 늘었다. 이는 업체의 노력에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자리인 콘텐츠 산업 육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준 경남도의 ‘줄탁동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은퇴자 마을·과학자마을·자연치유마을로 오세요” = 퇴직자나 전문직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마을을 만들어 인구 감소에 반전을 꾀하는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또 ‘건강’ 등 삶의 우선 욕구에 부응하는 정책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지자체도 있다. 경북도는 과학기술인들이 은퇴 후에도 후속 연구를 지속하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신개념 연구단지인 ‘하회과학자마을’ 조성에 나섰다. 은퇴했거나 은퇴 예정인 과학기술인을 유치해 이들의 풍부한 연구 경험과 축적된 지식네트워크를 살려 지역 발전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도는 이를 위해 안동시 경북도청 신도시 인근 호민지 북쪽 2만8000㎡를 확보했다. 도는 오는 2025년까지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400억 원을 들여 약 50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영상회의실, 컨벤션, 공유오피스 등도 조성해 입주 과학자들이 자연 속에 거주하며 자유롭게 연구하는 ‘글로벌 워케이션(Worcation) 모델’로 만들기로 했다.

강원 영월군도 외지인 유치로 지역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퇴자, 귀촌인, 농촌유학 가족 등을 위한 지역활력타운인 ‘동강영월 더 웰타운’을 2028년까지 조성한다. 영월읍 덕포리 862 일대 2만5091㎡에 총 300억 원을 투입해 타운하우스(단독주택) 40필지와 농촌유학 임대주택 20호를 비롯해 커뮤니티·스포츠센터 등 다양한 주거 및 생활 시설을 짓는다. 영월군 관계자는 “영월읍을 중심으로 의료, 문화, 관광, 전략산업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정주 및 생활 인구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충남 금산군은 도시권 아토피 환자와 가족들이 이주해 자연 치유를 할 수 있는 ‘아토피 치유마을’이 인기를 끌자 현재 35가구인 마을을 2030년까지 205가구로 대폭 확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