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 핑계로 폭력 행사에 분노”…스포츠 시민단체들, 손웅정 감독 비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손웅정 손(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지난 4월 17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인권 감수성 턱없이 부족…참담함 금할 수 없어" 지적
손웅정 "시대 변화 캐치 못 한 점 반성…고소인 주장 진실과 많이 달라"

스포츠 관련 시민단체들이 공동성명서를 내고 손웅정 감독 등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진 ‘손(SON) 축구아카데미’ 지도자들을 향해 "인권 감수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스포츠인권연구소, 체육시민연대는 1일 손(SON) 축구아카데미의 아동학대 논란과 관련해 "스포츠계 폭력 종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인권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지만 이런 사건이 또 벌어졌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카데미 지도자들은 해명문을 통해 코치와 선수 간 선착순 달리기에 늦으면 한 대 맞기로 합의한 거라 주장하는 한편,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반복된 스포츠계 인권 침해 사건 가해자들의 변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성공한 선수가 되기 위해 묵묵히 훈련하는 아동들과 이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지도자는 결코 지위가 동등하지 않다. 어찌 체벌을 두고 동등한 입장에서 내기나 합의가 가능하겠나"라며 "많은 스포츠 폭력 사건에서 지도자들이 ‘사랑’과 ‘훈육’을 핑계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사설 축구 아카데미에서 비슷한 아동 학대가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채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 많은 아동·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스포츠 폭력을 묵묵히 참고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손(SON) 축구아카데미에 피해 아동을 위한 보호·지원 대책 마련을, 관계 당국에는 이 사건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스포츠윤리센터도 함께 언급하면서 "사설 축구 아카데미 내 스포츠 폭력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과 아카데미 소속 지도자 2명이 유소년 선수에게 욕설을 하고 체벌을 가한 혐의로 피소됐고,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지난달 26일 연합뉴스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은 반성하겠다"면서도 "다만 고소인의 주장이 진실과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밝히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