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운전자,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입건…엄중 수사”

버스·트레일러 40년운전 경력
운전자 “급발진”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피의자 실수” 무게

조재연 기자, 안산=박성훈 기자

서울 한복판에서 15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사고 운전자 A(68)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경찰 관계자는 “향후 사실관계를 확인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을 나가던 제네시스G80 차량이 급가속해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 보행자와 차량을 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경찰은 “A 씨가 갈비뼈 골절로 입원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고를 낸 A 씨는 40여 년 운전 경력이 있는 버스 운전기사로 확인됐다. 그는 1980∼1990년대 서울의 한 버스회사에서 일하다 트레일러 기사를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안산의 B 운수업체에서 촉탁직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안산 일대 공단과 주변 전철역을 지나는 노선을 운행했으며, 평소 술을 마시지 않고 조용한 성격이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A 씨는 사고 원인을 ‘급발진’으로 주장하고 있어 한동안 잠잠했던 급발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게 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 급발진 의심 차량 신고는 총 791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실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목격자들 역시 “속도가 줄면서 멈췄다” “급발진은 아니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5∼6초 내로 100∼200m를 달리는 급발진은 본인이 가속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기억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핑계를 대는 사람들도 많다”며 “급발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운전자 실수일 가능성이 더 크고 급발진 여부를 증명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 논란도 불붙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