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의 ‘엄마’된 국민엄마… “나눔은 나를 바르게 살게 하는 채찍”[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고두심(오른쪽) 씨가 지난달 12일 르완다 은고마주에 위치한 한 가정집을 방문해 초록우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이를 안은 채 아이들 엄마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41년 아동 후원’ 배우 고두심

2008년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지역 다섯번째 방문길

전원일기 출연때 최불암 소개로
초록우산과 인연 맺고 나눔활동

“날 통해 후원 알게됐다는 팬도”
고향 제주 모교엔 ‘두심장학회’

은고마주(르완다)=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어머니들 치마폭이 넓은 이유가 아이들을 다 감싸안으라는 데 있는 것 같아요. 그 속에 나눔이 있는 거죠.”

‘국민 엄마’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배우 고두심 씨는 TV 스크린 안에서도, 밖에서도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쏟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지난달 10일부터 약 일주일간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과 함께 르완다의 아동 지원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고 씨 태도는 한결같았다. 지난달 12일에는 르완다 은고마주에서 초록우산의 영유아 교육 지원을 받는 가정에 들러 아이들의 건강과 발육 상태부터 세심하게 살폈다. 고 씨는 초록우산과 지난 1983년 인연을 맺은 후 41년간 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처음 초록우산을 소개해 준 이는 현재 초록우산에서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최불암 씨다. 1980년부터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에 같이 출연 중이던 최 씨를 통해 한 아동을 결연 후원하면서 초록우산과 함께하게 됐다. 현재까지 정기후원을 이어가 초록우산 ‘명예의 전당’에 특별후원자로 등재된 상태다.

배우로서 발휘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아동 후원에 쏟고자 지난 2006년부터는 초록우산 나눔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홍보대사를 제안받았지만 행사 때 얼굴만 비치기보다 재단을 통한 나눔 활동에 깊게 참여하고 싶다며 나눔대사로 명칭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고두심이 좋아서’라는 방송을 통해 전북 순창군의 한 순댓국집을 찾았는데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나를 통해 초록우산을 알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장님이 아이들을 돕는 일에 매월 150만 원이란 큰 금액을 후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눔대사 활동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 씨의 이번 르완다 방문은 초록우산과 함께한 다섯 번째 아프리카 방문이다. 그는 2008년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시작으로 케냐, 시에라리온 등을 방문하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어린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는 에이즈 보균자로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을 보고 가슴 아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고 씨는 “어렵게 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삶이라는 것이 나 혼자만 누리는 게 아니라 서로 나눠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더 생생하고 확실하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KBS ‘희망로드 대장정’, 2014년 SBS ‘희망TV’ 등 네 차례의 해외 모금방송에 출연해 전 세계에 나눔 씨앗을 전파하는 역할도 했다. 국내 아동을 위해서도 KBS ‘대한민국은 한 가족입니다’, MBC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등의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해 지원 활동을 도왔다.

배우 생활 내내 고 씨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아동 지원 관련 행사 참석을 마다치 않았다. 지난 2007년 신세계그룹과 초록우산은 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해 ‘신세계 희망 장난감 도서관’ 1호점을 개관하고 이후 74개소로 확대해 왔는데 고 씨는 이 중 31개소의 개관식에 참석했다. 그는 “한번은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았는데도 독한 감기약을 먹고 몽롱한 채 행사장에 갔다가 쓰러진 적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라는 생각에 관련 행사에는 되도록 참석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인 제주에서는 모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두심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을 기탁해 왔다. “제주여고에 다닐 때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을 연단으로 불러서 장학금을 주는 걸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는데, ‘나는 장학금을 못 받았으니 주는 사람이라도 되자’고 마음먹게 됐다”며 웃었다. 제주 김만덕기념사업회에서 상임대표로 활동하면서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쌀·식료품을 지원하거나 해외에 학교를 건립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고 씨의 나눔 인생은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과 힘들게 살아온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어렸을 적 집에서 4대가 같이 살았는데, 척박한 제주 땅에서 먹을 것이 없어 콩 한 쪽도 나눠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10명이 넘는 식구끼리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눔이라는 게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해 배우가 되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국민의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랑받는 것에 대한 대가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쭉 해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나눔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하는 채찍”이라며 “연예인이 인기를 누리려면 얼마든지 누릴 수도 있는 직업이지만 나눔을 하면 할수록 바르게, 절제하며 살아야 한다고 나 자신을 곧추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고 씨는 아프리카에서 귀국하자마자 연극 연습에 매진해 지난달 27일부터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6·25전쟁으로 헤어진 부부의 삶을 그린 작품에서 남편을 찾아다니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는 “건강이 따르는 한은 배우 생활도, 나눔 활동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