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생시르 육사 ‘구필대위’ 기수 180명 방한…한국전 영웅 구필 대위 발자취 찾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프랑스지회, 프랑스한인회, 프랑스한국전참전협회 등 프랑스 한인단체들이 지난 6월 25일 파리에서 열린 한국전쟁 74주년 기념행사에서 생시르 209기 생도, ‘구필 대위’ 기수 방한을 위해 모금한 후원금 2만여 유로를 전달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 한인회 제공 .

프랑스 육사생도, 1987년 ‘몽클라르 장군’ 기수 후 ‘구필대위’ 기수 37년 만의 방한
구필 대위, 양구 ‘단장의 능선’ 전투에서 산화한 한국전 영웅 …1941년 생시르 육사 출신


프랑스 제209기 생시르(Saint-Cyr) 육군사관학교(육사) 생도 180명이 3일부터 13일까지 한국전쟁 영웅이자 프랑스 유엔군 대대의 상징적 인물인 로베르 구필 대위의 발자취를 찾아 한국을 방문한다.

프랑스 서부 생시르에 있는 육사는 지난 2023년 7월22일(현지시간) 개최한 기수 명명식에서 2022년 9월 입교해 2025년 7월 졸업할 예정인 209기 육사 기수 명칭을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구필대위 이름을 따 ‘구필 대위’ 기수로 명명한 바 있다.

프랑스 육사 생도 기수 방한은 1987년 이후 37년 만이다.생시르 육사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수명으로 채택한 구필대위 기수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1984년 입교해 1987년 졸업한 171기로, 6·25전쟁 당시 미국 제2사단 23연대에 배속된 프랑스 대대를 이끌었던 랄프 몽클라르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몽클라르 장군’이 이들의 기수명이 됐다.

구필 대위는 1941년 생시르 육사를 졸업한 뒤 2차세계대전, 인도차이나 전쟁 등에 참전했다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11월 프랑스 참전대대 1진으로 한국에 발을 들였다.

주한프랑스대사관측은 3일 “생시르 프랑스 제 209기 육사생도 ‘구필 대위’ 기수 180여명이 한국체험 연수를 위해 13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며 “한국 육군의 지원에 힘입어 단순한 견학이 아닌 대한민국 군과 함께 하는 체험연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시르 육사 생도들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추모행사를 가진 뒤 육군3사관학교를 방문해 스포츠 경기 및 한국군에 대한 소개발표 등을 청취하고 해병대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육군 21사단을 방문해 과거 프랑스대대 선배 전우들이 ‘단장의 능선’ 전투 때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구필 대위가 전사한 현장에서 희생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갖고 지평리전투 전적지 및 11사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서울 태릉 육사에서 숙영한 뒤 올해 예외적으로 오는 12일에 열리는 프랑스 국경일 기념식(7월14일 혁명기념일)에 참석할 예정이다.

프랑스대사관측은 “양국은 추모·작전뿐 아니라 스포츠 문화 등 다방면에서 한국군과 교류 및 협력 증진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필 대위는 6·25전쟁 당시 한국인 장병이 배속된 2중대 중대장으로 쌍터널, 지평리, 단장의 능선 전투 등에서 활약한 구필 대위는 1951년 2월 지평리 전투, 1951년 5월 인제 전투에서 세운 공로로 군단장 표창을 받았다. 혁혁한 전훈을 세운 구필 대위는 프랑스군이 가장 치열하게 싸운 ‘단장의 능선’ 전투가 한창이던 1951년 9월 26일 적군의 진지를 살피러 가던 중 박격포탄에 맞아 전사했다.

구필 대위가 숨을 거둔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 사이 고지에서 1951년 9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이어진 전투로 유엔군 3천700명 이상, 북한 공산군과 중공군 2만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당시 전황을 취재한 외신 기자는 부상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는 병사를 보고 이 일대를 ‘비통한 능선’(heartbreaking ridge)이라고 표현했는데, 한국에서는 훗날 이를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빗대 ‘단장(斷腸)의 능선’으로 의역했다.

1802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창설한 생시르 육사는 생도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귀감이 되는 장교 혹은 전투의 이름을 선정해 각 기수에 붙여주고 있다. 군사학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한 심의위원회가 기수 명칭 후보를 정하면 해당 기수 전원이 투표하고, 육군참모총장 등 프랑스군 고위층 인사들이 기수명을 최종 선정한다.

앞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프랑스지회, 프랑스한인회, 프랑스한국전참전협회 등 프랑스 한인단체들이 지난 6월 25일 파리에서 열린 한국전쟁 74주년 기념행사에서 생시르 209기 생도들의 방한을 위해 모금한 후원금 2만여 유로를 전달하기도 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