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사고 구명조끼 착용 14%뿐… “의무화 방안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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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연안사고 사망·실종
90.6% 구명조끼 착용 안해
해경 “시기·장소·활동 명시”
“과도한 법 규제” 반박 의견도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최근 바다에서 이른바 ‘바다의 안전벨트’로 불리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다가 사망·실종에 이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연안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 등은 구명조끼 착용률과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의무화 주장이 힘을 얻는 가운데 과도한 법 규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5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1건의 연안 사고가 발생해 1008명이 파도에 휩쓸리거나 갯벌에 고립, 또는 갯바위 등에서 낚시를 하다 추락해 바다에 빠졌다. 이 중 12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 구명조끼를 착용해 구조된 인원은 139명(13.7%)에 불과했다. 구명조끼 착용률이 17.6%에 달했던 전년도와 비교하면 사망·실종자는 20명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5월 말을 기준으로 160건의 연안 사고가 발생해 24명이 사망·실종됐다. 전체 사고 인원 221명 중 31명(14%)만 구명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은 최근 3년(2021~2023년)간 연안 사고로 사망·실종된 329명 중 298명(90.6%)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연안에서의 레저 및 각종 체험활동 시 구명조끼 착용률은 13.6%로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분석한 차량 운전 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률(2022년 기준)은 83%에 달했다.

이 때문에 차량 탑승 시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제50조 1항)과 마찬가지로 바다는 물론 연안에서의 레저 및 체험활동 시에도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건태 한국해양안전협회장은 “매년 여름철 바닷가를 돌며 해경과 함께 구명조끼 착용을 생활화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연안사고예방법은 사고 방지를 위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해경의 순찰과 지도 등의 업무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물놀이나 갯벌체험, 바다낚시와 같은 레저나 체험활동이 아닌 바닷가에서 가벼운 물놀이 또는 해변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에게까지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경 관계자는 “시기와 장소, 구체적인 활동 등을 명시해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