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LS 배상 ‘속도’ … 투자자 동의율 70% 육박

금감원 기준안 발표뒤 너도나도
피해 예방 ‘전용창구’마련 검토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에 대한 은행과 피해 투자자들의 배상 동의율이 7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과가 나오면서 배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자, 은행들이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투자자 자율배상 동의율(신청 총 건수 대비 지급동의 건수)은 지난 9일 기준 평균 69.6%로 집계됐다. 은행별 배상 동의율은 56.0~92.0% 수준이다. 일부 은행은 투자자에게 실제 배상금을 지급한 비율만 73.3%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홍콩 H지수 연계 ELS 판매와 관련해 투자자 책임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은행 등 판매사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며 손실배상 기준안을 발표했다.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하되, 판매사·투자자별 요인을 따져 배상비율을 차등 적용했다. 다만 이 같은 기준안 마련은 퇴직금·보험금 등 보상이 급히 진행돼야 할 투자자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들의 신속 배상을 유도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감원 분조위 등 공식적인 판단 전에 자율배상에 나설 때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실제 배상 진행에는 신중했다. 그러다 지난 5월 금감원이 주요 은행의 대표 손실 사례를 선별·심사한 분조위 결과(대표 배상비율 30∼65%)를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배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개인별 배상 규모는 투자자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배상률은 40% 수준으로 전해진다. 은행들은 약 2조 원을 배상액으로 판단해 1분기 실적에 손실로 우선 반영한 상태다.

한편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 연계 ELS 손실 사태에 따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ELS 등의 판매를 위한 ‘금융투자상품 취급 전용 창구’를 개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LS를 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인식한 투자자가 많았기에 일반창구와 판매 채널을 원천 구분하겠다는 의도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