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서 태평양 섬까지 ‘K-면발 휘날리며~’[글로벌 영토 넓히는 K-푸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한국 라면 시식 행사에서 미국 아동들이 농심 신라면을 맛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농심 제공

■ 글로벌 영토 넓히는 K-푸드 - 농심

영화·드라마 덕에 인기 급등
신라면 해외매출 작년 14%↑
美 제2공장 신규 용기면 생산
국내 수출 전용 공장도 검토중
내년엔 유럽에 판매법인 설립

아메리칸사모아는 호주와 뉴질랜드 북동쪽 방면 오세아니아의 폴리네시아 사모아 제도에 있는 미국의 해외 영토다. 인구 5만5000명의 작은 섬나라로, 독립 국가인 사모아와 구별하기 위해 동사모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생소한 이 국가 사람들이 한국인보다 1인당 농심 ‘육개장 사발면’을 더 많이 먹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인기를 이어온 육개장 사발면은 지난해 기준 아메리칸사모아에서 약 300만 개가 팔렸다. 이곳 전체 인구가 한국의 900분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라면 사랑이 상당한 셈이다. 매출액을 한화로 환산하면 약 21억8000만 원 정도이며, 국민 1인당 연간 육개장 사발면 소비량은 54.5개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전체 인구를 5000만 명으로 봤을 때, 1인당 육개장 사발면 소비량은 4개 정도(총 판매량 2억 개)로 아메리칸사모아에 크게 못 미친다.

농심 관계자는 “아메리칸사모아는 생산시설이 부족해 대부분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1990년대 초부터 원양어선을 타던 한국인들을 통해 현지인들이 육개장 사발면을 처음 접하게 된 이후, K-푸드가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 열풍에 힘입어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 자주 등장한 K-라면이 덩달아 글로벌 인기 식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대표 라면 제조업체로 소개되고 있는 농심은 기세를 몰아 글로벌 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 비해 해외 음식에 개방적이고 다양한 음식 경험을 즐기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과 제품군, 홍보·마케팅 등을 강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17일 유통업계와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라면 수출액은 2억7030만 달러(약 3722억 원)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농심은 이 같은 K-라면 수출 호조세를 고려해 경기 평택이나 부산 등 기존 공장 부지를 포함한 다양한 후보지를 살피며 수출 전용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2022년 5월 문을 연 미국 제2공장은 오는 10월에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을 본격 가동한다. 이 라인은 기존 원형 큰사발면·사발면과 함께 미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익숙한 사각 용기면 생산도 가능하다. 라인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 법인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8억5000만 개에서 10억1000만 개로 약 20% 급증한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법인 용기면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약 6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현지 용기면 수요 대응을 위해 라인 증설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신라면과 육개장 사발면 등 기존 제품 공급은 물론,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볶음 타입 제품 영역도 확대해 시장 입지를 더욱 넓혀가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라면이 농심 라면의 해외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라면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연평균 12%대 성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해외 법인 실적과 국내 수출의 고른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미국 법인의 경우 지난해 신라면 매출이 전년 대비 19% 늘며 해외 매출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농심은 제2공장 가동에 맞춰 신라면 골드큰사발·볶음면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원활한 공급도 이뤄냈다. 공급량 확대를 발판삼아 돈코츠라면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신라면에 이어 미국 시장 2위 제품으로 발돋움했고, 육개장·김치 사발면과 생생우동 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농심은 설명했다.

농심 미국법인은 올해 히스패닉 시장 공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인 못지않게 매운맛에 익숙한 히스패닉의 인구·구매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반드시 잡아야 할 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매달 K-푸드 경향과 농심 상품을 활용한 레시피 등을 소개하는 월간지를 발간해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현지 마트에 배포하고 있다. 미국 외 일본과 호주, 베트남 시장에서도 지난해 신라면 매출이 전년 대비 19%, 26%, 58%씩 성장했다. 이들 시장에서 용기면 판매 확대, 대형 유통채널 직거래 입점,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등 맞춤형 전략을 펼쳐 성과를 냈다.

농심은 내년 초 유럽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공략도 본격화한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르끌레르와 까르푸에 주요 라면·스낵 제품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려 공식 입점하는 등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서남부 전역을 함께 공략하고 있다”며 “앞으로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 역시 현지 유력 거래처를 통해 유통망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